판토스 지분 매각으로 구체화 된 구광모 LG 회장의 '상속세' 방안

2018-10-05     양 동주 기자
구광모

LG그룹에서 의미심장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총수일가가 비상장 계열사 판토스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판토스 주식은 상속세 재원으로 탈바꿈 할 가능성이 커졌다. 

LG그룹는 구 회장 등이 보유한 판토스 지분 19.9%(39만 8000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지분 51%를 보유한 LG상사가 최대주주로 등재된 비상장 물류계열사 판토스는 특수관계인이 1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7.5%다. 

LG그룹은 “㈜LG →LG상사→판토스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단순화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 등이 지분을 매각해도 판토스의 지분 51%를 LG상사가 계속 보유하기 때문에 판토스 경영권에는 변동이 없다.

또한 LG그룹은 이번 지분 매각은 갈수록 강화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판토스 지분 19.9%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20%에는 미달하지만 향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 강화와 별개로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LG그룹 측의 견해와 별개로 재계서는 판토스 지분 매각을 구 회장의 상속세와 연결짓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 1945만8169주(11.28%)에 대한 상속세는 약 9200억원으로 추정된다. 상속세는 고 구본무 회장 사망일인 지난 5월20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3월20일~7월20일) 간 단순평균주가를 토대로 한다. 이 기간 ㈜LG의 1주당 평균 주가는 7만8627.38원이고, 전체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세율(50%)과 최대주주 할증률(20%) 등을 감안해 책정됐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이 보유한 ㈜LG 주식 가치를 상속세 평가 기간(3월20일~7월20일) 적용가에 대입하면 1조5299억원이다. 이는 연초 ㈜LG 주가가 최대치를 기록할 당시 주식 가치(1조8777억원)보다 3500억원 가량 줄어든 액수다. 덕분에 상속세로 내야할 금액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구 전 회장의 지분을 구 회장이 모두 받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계서는 구 회장이 지분을 일부만 상속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회장이 ㈜LG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만큼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주식에 대한 배우자 및 직계비속의 법정상속분(민법 제1009조)은 별도 유증이 없다면 부인 김영식 여사와 자녀인 구 회장, 구연경씨, 구연수씨 등 4명이 각각 ‘1.5대 1대 1대 1’의 비율로 받게 된다. 이 기준에 따라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면 김 여사는 3.75%, 구 상무 등 자녀 3명은 2.51% 씩 나눠 받게 된다. 이 비율에 따른 상속세는 김영식 여사 약 3060억원, 구 회장 등 자녀 3명이 각각 약 2040억원이다. 

구 회장은 법정 상속분인 2.51%만 물려받아도 ㈜LG 지분율을 6.24%에서 8.75%로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공식적인 최대주주가 된다. 이 경우 김영식 여사는 4.20%와 상속분 3.75%를 합해 7.95%로 2대 주주로 올라서고, 기존 2대 주주였던 구본준 부회장은 7.72%로 3대 주주로 내려앉는다. 

다만 주식 일부를 상속받더라도 구 회장은 판토스 주식 매각만으로는 상속세를 모두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다. 판토스의 기업 가치를 최대 2조원으로 평가해도 구 상무의 보유 지분은 1500억원을 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 납부 부담이 워낙 큰 관계로 분납이 유력시 된다"며 "판토스 주식 가치 평가에 따라 구광모 회장의 부담이 축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