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원아수 줄여 폐원 유도...변칙 난무

2018-11-11     강혜원 기자
[사진=연합뉴스]

일부 사립유치원이 원아 수를 줄여 폐원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나 학생·학부모·교사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부 유치원들이 원아모집을 하면서 학부모에게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 일부러 정원을 채우지 않으려고 했다.

울산에 있는 한 사립유치원은 최근 학부모에게 원아 진급 신청서와 함께 ▲수업시간 오전 8시40분∼오후 12시40분 ▲여름·겨울 각 5주간 방학 ▲점심 도시락 지참 ▲자가 등·하원 등의 조건을 내세웠다.

또한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을 학부모가 국가에서 직접 받아 납부하라고도 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원아가 유치원에 등록하면 교육청이 유치원에 지급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학부모가 이를 국가에서 받아 납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유치원의 한 학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그만두라는 말 같은 허울뿐인 진급 신청서를 보고 신청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며 "아무 힘도 없는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폐원을 검토하는 유치원의 교사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였지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의 한 청원인은 "운영비 부족을 (폐원)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통보받지 못했고, 폐원 소식도 학부모님들보다 늦게 전달받았다"며 "교사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됐는데 제대로 된 권리를 주장할 수도, 보장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고민하는 모습이다. 정원충족률을 낮춰 원아 수 부족을 이유로 폐원을 유도하려는 행태가 확산되면 특별감사 등을 하더라도 학생·학부모·교사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폐원하더라도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와 유아 지원 계획(원아 분산수용) 등은 마련해야 한다"며 "유치원을 더 운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만큼, 아이들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