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절대 꾀병 아닙니다’ 태광그룹 임직원들, 이호진 전 회장 때리기에 억울 호소

2018-11-12     강지현 기자
이호진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잇단 비판 가운데 과장된 부분이 많습니다. 균형 있는 시각으로 살펴주시기를 호소합니다.” (태광그룹 임원 A씨)  

최근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비판이 ‘융단폭격’ 식으로 가해지고 있다.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이 전 회장의 근황을 꼬집는 방송을 내보내고 시민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비난 성명을 내고 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11일 오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얽힌 의혹들을 방송했다.
방송은 이 전 회장이 병보석 기간 중 술집과 떡볶이 집을 드나드는 등 암환자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이호진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수행비서는 "간암으로 7년째 병보석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회장이 암 환자의 삶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의 명령대로라면 이호진 전 회장은 병원과 집만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지만, 이호진 전 회장은 간암으로 병보석을 받고 있음에도 술, 담배, 쇼핑, 필라테스까지 건강한 사람 이상으로 거리를 활보했다"고 전했다.

앞서 KBS도 지난달 24일 이 전 회장이 매일 새벽까지 술을 즐기는가 하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태광그룹

시민단체들은 이 전 회장의 보석취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금융정의연대·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은 지난 6일 서울고등검찰청에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와 병보석 취소 등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 전 회장이 버젓이 음주·흡연을 하고 떡볶이나 술을 먹으러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목격됐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공신력 있는 병원에서 이 전 회장을 검진해 실제 병보석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보석 기간 거주지 제한을 위반한 점 등을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구속집행정지, 병 보석의 기준을 명시해 놓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기준을 담고 있는 형사소송법 101조의 경우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결정으로 구속된 피고인을 친족, 보호단체, 기타 적당한 자에게 부탁하거나 피고인의 주거를 제한하여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법 95조는 보석의 청구가 있을 때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보석 허가를 금하는 경우는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등이다.

태광그룹

변호사 B씨는 “구속집행정지, 병 보석에 대한 형사소송법의 취지는 피고인이 심각한 병에 걸렸을 때 법에 정한 기준에 따라 보석을 허가하고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되, 언제든지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구속될 수 있도록 도주의 우려가 없도록 주거를 제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회장의 경우, 한 대기업의 실질적인 오너인데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으며 자택을 중심으로 본인의 행선지가 확인되는 곳은 이동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변호사는 “이 전 회장에 대한 방송을 본 국민들의 시선과 법 집행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구속집행정지라는 것은 그 기간동안 구속이 정지됐다가, 나중에 남은 형량만큼 집행되기 때문에 구속집행 및 보석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이 전회장에게 도움될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전 회장 측이야말로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구속기간을 채우는 것을 희망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광그룹 임직원들은 최근의 상황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광 계열사의 한 직원은 “방송에는 마치 이 전회장이 병보석 기간 중 꾀병환자처럼 활동하고 다닌 것처럼 보도된 이후 지인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데, 서울 아산병원에서 간암 3기 수술을 거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 수술을 받은 후 의사로부터 술, 담배를 끊으라는 권유를 받고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며 “이 전회장도 의지가 강하지 못하신 점은 안타깝지만, 대기업 오너도 연약한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광 임원 K씨는 “법은 모두에게 공평해야지, 재벌그룹 오너라고 해서 더 불리하게 적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에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내용들의 경우 과장되게 노출되는 경우도 많은데, 누가, 무슨 이유로 자료들을 입수해 흘리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4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이후 보석 결정을 받아 현재까지 7년 8개월째 풀려나 있는 상태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이 전 회장의 재상고심에서 그의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 부장판사)는 첫 공판기일을 내달 12일로 잡고 지난 8일 이 전 회장측에 통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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