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시험대 오른 이규호 전무…'패션 사업'에서 물음표 떼어낼 계기 만들까?

최근 침체된 분위기 반전 쉽지 않아...역량 발휘하면 승계에 탄력

2018-11-30     양 동주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코오롱그룹 차기 총수로 예상되는 이규호 전무는 어떤 길을 걸어야 안착할 수 있을까. 그에겐 우선 침체된 사업부를 되살려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전격 사퇴를 발표한 만큼, 이 전무의 역량 발휘 여부가 승계 작업에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28일 단행한 정기 인사를 통해 오너 4세인 이규호 상무(35)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이 전무는 내년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패션분야 업무 경험이 없는 이 전무가 FnC부문 COO에 임명되자 의외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1984년생인 이 전무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구미 공장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4년엔 코오롱글로벌로 자리를 옮겨 건설현장을 관리했고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로 복귀하면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번에 그가 맡은 FnC부문 COO라는 역할은 이 전무에게 그리 녹록한 자리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그룹 내 패션사업이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만 해도 1조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던 그룹 내 패션사업은 매년 외형이 줄더니 지난해에는 매출 1조970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수익성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2014년까지만 해도 6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에는 482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부진한 패션사업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면 이 전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던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그룹 내 패션부문에서 해외 마케팅 강화, 유통채널 확대 등을 통해 조직 개편이 상당부분 이뤄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FnC부문 COO라는 직책이 이점으로 작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재계에서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이런 것들을 염두하고 이 전무에게 패션사업부문 총괄 운영권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무에게 경영권이 온전히 승계되기 전까지 경영 역량을 키울 적합한 발판을 마련해 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12년 입사한 이 전무는 6년째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그룹 지배력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이 전무가 들고 있는 계열사 지분은 리베토 15%가 전부다. 

지난 28일 은퇴를 선언한 이 회장은 이 전무가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전까지 경영권 승계는 없다고 단언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 29일 오후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경영권 승계 시기에 관한 질문에 “기회를 준 것뿐이지 본인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만약 이 전무가 경영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주식은 한 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이 전무의 이력이 패션사업에 어떻게 녹아들지 관심이 높다"며 “최근 부진한 패션부문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는 특명이 이 전무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코오롱그룹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