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 차질생기나...법원 '제식구 감싸기' 논란

2018-12-07     강혜원 기자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7일 새벽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전날(6일) 오전 10시3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이날 오전 12시37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해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돼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한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명 부장판사도 고 전 대법관에 대해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졌다"며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기각 소식에 즉각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라며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급자인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재판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법관은 오전 1시10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재판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사법농단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실무 연결고리 역할을 한 임 전 차장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기각 사유 분석과 동시에 추가 수사를 이어가며 재청구 여부를 고심할 전망이다.

[위키리크스한국=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