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포커스] 성공신화 쓰기 시작한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금융 영토확장' 프로젝트

"현대판 금융 칭기스칸으로 불릴 정도의 막대한 청사진 결실 내기 시작"

2018-12-20     유 경아 기자

12세기 칭기스칸은 아시아, 유럽과 중동에 이르기까지 몽골 제국을 건설했다. 칭기스칸이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영토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빠른 기동력, 독특한 전투전략, 탁월한 용병술 덕택이었다.

국제적인 금융그룹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2000년대 초반 출사표를 던졌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실적은 커녕 투자금만 날릴 것”이라는 냉소적인 평가 속에서도 “한국시장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사활을 건 노력을 거듭한 끝에, 서서히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올들어 3분기까지 두 기업 모두 홍콩과 인도 시장 등 대부분의 해외 법인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대우의 올 3분기 누적 기준 △영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폴 등 지역 해외 법인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상승했다. 박 회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홍콩법인은 올 3분기 305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316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법인도 1년 새 각각 39%, 44% 증가한 74억원과 7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미국법인의 실적 개선도 눈에 띈다. 미국 LA 소재 법인과 뉴욕 소재 법인은 올 3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LA법인과 뉴욕 법인은 순이익은 각각 158억원과 30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LA 법인은 지난해 7월 3000억원을 증자하며 업무 범위를 자기자본직접투자(PI)로 넓힌 성과에 힘입어 순익 전환에 성공했다”며 “뉴욕 법인은 지난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업무 초창기 세팅 비용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 들어 업무가 정상화 되면서 순익이 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성과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 엑스를 인수하고 베트남 현지에 운용사를 설립했다. 중국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자격을 얻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과 캐나다, 홍콩, 중국, 브라질 등 현재 12개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전체 해외법인 수탁고는 32조원에 이른다.

이 법인이 진출한 △호주 △영국 △브라질 등의 해외 법인은 적자가 지속되거나 순이익 증가 폭이 감소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에 등에 따른 수탁고 감소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법인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76%나 늘어난 53억원이다. 홍콩법인과 미래에셋 글로벌 ETFs 홀딩스 리미티드(Mirae Asset Global ETFs Holdings Limited)도 각각 87억원과 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미래에셋은 올해 미국 ETF운용사 글로벌 엑스(Global X) 인수를 비롯 △베트남투자공사와 현지 운용사 설립 △중국 사모펀드운용사 자격 획득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도 현지법인 수탁고는 4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도 법인 수탁고는 4조4330억원(2750억루피). 올해만 약 2조원 증가했는데, 2016년 이후 지금까지 현지 운용사 중 수탁고 증가율이 가장 높다. 미래에셋운용 인도법인은 현지 운용사 40곳 중 수탁고 규모 16위다.

인도법인은 지난 2006년 11월 설립된 후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 입지를 굳혔다.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글로벌 운용사가 인도시장에서 발을 뺄 때 박현주 회장은 수년간 인도시장 투자를 고집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의 올 3분기 순이익은 9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8%나 증가했다.

미래에셋그룹의

▣ 미래에셋 글로벌 도약의 세가지 비결

박현주 회장이 해외에서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은 △철저한 현지 맞춤형 전략 △계열 법인간 시너지 시스템 △최고경영자가 직접 해외 현장을 진두 지휘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법인이 올해 호실적을 기록한 요인은 박 회장의 적극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미래에셋대우 홍콩 글로벌 회장에 취임하며 "국내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약 2개월 뒤인 5월 글로벌경영전략 고문(GISO)으로 선임되며 해외사업 전략 강화 의지를 굳혔다.

국내 경영은 시스템에 맡기고 해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박 회장 적극적인 전략이 결실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철저한 현지 맞춤형 전략도 주효했다.

인도의 경우 법인 인력 139명 중 단 1명만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 인력이다. 인력부터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1월 인도에 미래에셋재단을 설립하고 현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특히 나라별 특성에 맞춰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조직을 적절하게 활용한 시너지 시스템이 미래에셋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그룹은 올해의 기반을 토대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심화시켜 해외 우량자산을 발굴해 투자자에게 글로벌 자산배분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가시화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그룹 경영진의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