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검찰 출석...헌정사 초유 前대법원장 소환

2019-01-11     황 양택 기자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늘 검찰에 출석해 주목된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의 구상이 담긴 문건을 보고받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두는 범죄 혐의는 40개가 넘는다.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 사법부 블랙리스트 ▲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에 대부분 연루돼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자신이 몸담았던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제 재임기간 동안 일어난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이렇게 큰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런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동시에 현재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공개 석상에 서는 것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 자택 부근에서 가졌던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입장 발표 뒤에는 대법원 앞에서 차량을 타고 지근거리의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포토라인을 지나쳐 출석했다.

조사는 수사 실무를 맡아왔던 특수부 부부장검사들이 진행하며, 부장검사들은 상황을 살펴보며 지휘할 예정이다. 최정숙 변호사 등 변호인 2명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입회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방대한 만큼 질문지 분량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사법농단 의혹 중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소송 관련 혐의부터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억나는 대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층에 마련된 조사실은 이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전직 대법관들이 조사를 받은 곳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조사를 진행할 수사검사 2명과 마주보게 된다.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나란히 앉아 방어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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