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 ‘잘못된 만남’…“플랜B 없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비가역적 비핵화 입장 고수 김정은 위원장,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너무 믿어” 양측 입장차만 확인한 회담, “제3차 회담 확신 못해”

2019-03-03     문수호 기자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소득 없이 결렬된 가운데 이번 ‘합의 결렬’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자신들의 카드에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즈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괄타결을 요구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 만으로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이번 합의 결렬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결국 양측 모두 ‘플랜B’ 없이 회담에 나선 것이 이번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두 정상이 만나 협상하면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북미 양측의 거리는 여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애초에 북한이 일괄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가역적인 비핵화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오직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하나의 카드만 준비해 온 만큼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에 끝내자” 입장이었고,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 수용”의 자세를 보이면서 결국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회담이었다. 두 정상 모두 자신의 카드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 것도 이번 합의 결렬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북한이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빛나는 경제를 가진 미래를 얻을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그들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미래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옥슨힐 게일로드 내셔널리조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이 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연설을 통해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이 잘 되면 다른 나라들이 북한에 원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하지 않은 입장을 밝힌 셈이다.

전날 최선희 북한외무성 부상도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거래 방식과 거래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신다”며 “생각이 좀 달라지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이 일괄타결 방식의 비핵화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봤지만, 능숙한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밀어붙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진전이 없는 실무협상을 자신이 풀어갈 수 있다고 여겼지만, 사실상 무산되면서 앞으로의 북미정상회담 개최 역시 확신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애초 보좌진들의 실무협상은 교착상태로 진전이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내세워 5건의 대북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CNN방송은 “김정은 위원장은 플랜B가 없었다”며 “선언문에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하노이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CNN은 관련자의 입장을 통해 “북한은 공식적으로 영변의 모든 것을 해체하려고 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 제안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