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내 3차 북미대화 용의"…韓 중재론은 비난

북미대화서 문재인 정부 '중재자' 아닌 '당사자' 역할 요구

2019-04-14     이한별 기자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올바른 자세로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번 더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에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가 아닌 당당히 할 소리를 하며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차 시정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릴 것"이라며 시한까지 제시하고 북미 대화를 '보이콧'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은 비핵화 방법론 관련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보상은 불가능하며 일괄적인 비핵화와 함께 빅딜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미가 일방적인 요구 조건이 아닌 각자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미국은 새로운 계산법을 우리에게 가지고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나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은 우리도 중시하지만 자기 요구만을 들이먹이려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흥미가 없다"며 “하노이 조미 수뇌회담 같은 수뇌회담 재현은 반갑지도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열린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방법론 관련 서로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고 있어 조속한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라며 "서로 아무 때든 안부를 묻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북미 정상간 소통의 여지는 남겨뒀다.

이날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에 "외세의존 정책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말이 아닌 실천적 행동으로 진심을 나타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작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협력사업이 대북제재로 속도를 못 내자 강도 높게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관련 메시지를 직접 밝힌 것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북미 양측이 대화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 온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도 험로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향후 남북과 북미 대화 추동력을 살리는 데 우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키리크스한국=이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