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부동산 PF 늘리기만?…리스크 관리 '경고'

생명·손해보험협회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시행

2019-05-23     김혜리 기자
부동산

보험사가 고수익성 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데다 지방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보험사들이 PF 관련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보험권 부동산 PF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27개 생명·손해보험사의 대출 잔액은 22조3681억원으로 2년 전(15조6864억원) 대비 4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연체율은 0.35%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부동산 PF란 건설사가 사업을 시행할 때 지어질 건물이나 땅의 가치를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이때 담보물은 눈에 보이지 않아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라면 우발채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문제가 된다.

PF 우발채무는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건설사가 떠안게 되는 채무다. PF 우발채무는 규모가 크고 채무의 상당 부분이 금융회사의 추가 차입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건설사뿐 아니라 금융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상 부동산 PF는 사업 볼륨이 컸던 국내 은행들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터지자 은행의 PF 규모는 2008년 52조5000억원에서 2015년 20조4000억원으로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부동산 PF 축소 공백을 보험사가 채우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를 타고 낮아진 운용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어 보험사에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생명보험사의 경우 PF 발전소 등 기간산업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어 듀레이션(잔존만기) 매칭을 목적으로 부동산 PF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회사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2016년 3조4533억원, 2017년 4조7671억원, 지난해 5조708억원으로 매년 1조원 이상 부동산 PF 대출을 늘려왔다. 

이어 삼성화재가 2조8421억원, 메리츠화재가 2조2950억원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교보생명, DB손보, 한화손보,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도 부동산 PF대출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새 정부가 적극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또 부동산 침체에서 비롯된 건설경기 악화 등 위험이 내재하고 있어 보험회사의 세심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수익률이 높은 만큼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며 "비교적 보수적이고 안정적 유형의 부동산 PF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25일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제정안`을 제정해 지난 10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보험권 모범규준 제정안의 주된 내용은 부동산 PF 심사·승인 절차 및 신용평가 모형을 운용하고, 내부통제를 위한 조직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또 부동산 PF 익스포져 관리,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 주기적인 위기 상황 점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관계자는 "업황에 민감한 부동산 PF 특성 상,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과 수익률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