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IMF 때보다 더 심하다는 청년실업난과 삼성의 지배구조 논란

2019-05-30     김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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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워서 다들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데 방송사들은 대기업 오너 때리기에만 열중하고 있어서 큰 걱정이에요." "언론에서 그렇게 할 일이 없어서 과거사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아요."

요즘 실업난을 겪고 있는 20대 청년들이 정치권에 던지는 이야기다. 50~60대 장년층이나 할 법한 말을 이들은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2017년 5월 대선 때 어떤 계층보다 견고하게 지지를 보냈던 20~30대 청년 세대들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유롭고 평등하게 살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게다. 게다가 일하고는 싶지만 자신을 받아줄 직장을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보니 청년 세대가 노인 계층 못지않은 안티 세력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요즘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방 체감할 수 있다. 오죽 요즘 경기가 안 좋으면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던 1990년대 말보다 더 나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더 나아진 형편이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손사래를 친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고 정말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걱정을 토로한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경제적 여력이 없다 보니 서울 신림동 고시촌이나 가산디지탈단지 원룸마저 공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요즘 청년 실업난은 통계적 수치로는 IMF 당시보다 조금 나은 걸로 나오지만 체감 경기나 체감 실업률은 그 때보다 더 나쁘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문재인 정부 2년 만에 맞는 위기감이다.

현 정부가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은 물론 2022년 대선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기업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적폐몰이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경제를 살리기 위한 관점으로 전환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법적 잣대보다는 경제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오너 체제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한국적인 경제 구조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너 체제를 허물고 정부가 간섭하거나 관치금융에 맡겨 본 사례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성공한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는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IMF 이후 나타난 대기업의 오너 체제와 경영 구조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오너 중심의 성공한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면서 100점 만점을 줄 수는 없다고 해도 차선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벌 중심의 오너 체제는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는 개혁론자들의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좋은 지배구조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적폐몰이에 급급하기보다는 차선이지만 한국적 오너 구조에 대해 강점을 살려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 지배구조만 해도 그렇다.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세계 톱10 안에 드는 건강한 기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지배구조는 성공한 게 아닌가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삼성은 오너 체제를 이어갈 승계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개혁론자들의 반기업적인 압박에 전방위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성공한 기업이라면 마땅히 그 오너 시스템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가 장치를 마련해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줘야 하는데, 실패한 기업과 똑같은 잣대로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게 옳은 처사인지 의문이 든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중차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견고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세계적인 경쟁 기업들과 싸울 수 있는 채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첫 발자국부터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는 국면이다. 대한민국 최대 기업에 대한 압박은 경제상황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IMF 때보다 더 심하다는 청년 실업난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부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