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中,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경우 제2의 한국전 발발 우려

제주포럼 '미·중 관계의 미래를 묻다: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 세션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우발적 사고로 인한 '제2 한국戰' 발발 막아야"

2019-05-31     조문정 기자
문정인

세계 석학들이 지배국가(ruling state)인 미국과 부상국가(rising state)인 중국이 자제해 미·중 패권전쟁 격화를 막고 우발적인 사고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제14회 제주포럼 둘째날인 30일 '미·중 관계의 미래를 묻다: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한반도의 운명' 세션에서 "역사적으로 지배 국가와 부상하는 국가가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제3자의 우발적인 사고가 소용돌이를 일으켜 전쟁이라는 원치 않는 결과가 벌어졌다”며  북핵 문제가 미국과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원전 5세기 당시 지배국가였던 스파르타와 부상국가였던 아테네가 지중해 패권을 놓고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발 원인을 분석하면서 내놓은 용어다. 기존 패권국이 정립한 기존 세력균형이 급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에 의해 흔들리면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긴장상태를 의미한다.

앨리슨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속았다고 생각하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언급한 대로 북한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한다면 김 위원장은 서울을 공격할 수 있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우발적인 사건을 막아 도미노 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저자인 마틴 자크 영국 케임브리지대 선임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지금 권위주의로 전환해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고, 미국과 세계의 다원성을 거부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행보가 세계에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미 및 주유엔 중국대사를 지낸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은 '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화평굴기(和平崛起) 전략을 강조했다. 리 전 부장은 "중국은 서구가 벌인 침략전쟁의 피해자"라며 "중국은 민주적인 입장에서 항상 독재를 반대해왔다. 미국은 항상 영토 확장에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미국은 영국이나 다른 나라와 영토를 둘러싸고 전쟁하지 않았느냐. 중국은 전통적으로 군사적 확장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언급하며 "중국은 모든 해역이 중국의 영해라고 한 적 없지만 서사군도와 남사군도는 중국의 고유영토다. 이 지역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 이 지역에 관심이 많은 것은 옳지 않다. 멀리 있는 강대국이 왜 이 지역에 관심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느냐"며 "미국이 다른나라(중국)의 내정에 간섭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앨리슨 교수는 "중국은 수천 년 동안 영토의 확장과 축소를 반복했으며 몽골, 티베트, 신장에서 사람들에게 '여기가 중국입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마틴 선임연구원은 "과거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의 영토 확장 경향을 볼 때 중국의 최근 행동은 점잖은 편"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