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 '송환법' 추진...잠정 중단 발표

캐리 람 장관, "슬픔과 후회 통감해…진심 어린 마음으로 비판 수용할 것" 민간인권전선 등 홍콩 재야 시민단체, 오는 16일 대규모 시위 벌일 계획

2019-06-15     전제형 기자
시위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며 "지난 이틀간 검토 결과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여러 정당과 협의한 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 또는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홍콩 정부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홍콩인의 대만 인도를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대만 정부는 민의를 무시한 법안 추진은 원치 않는다며 범인 인도 요청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캐리 람 장관은 "정부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으나,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들어야 할 것"이라며 "나는 슬픔과 후회를 느끼며, 진심 어린 마음으로 겸허하게 비판을 듣고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이어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는 보류될 것이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일정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9일에는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 주도 하에 약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뒤이어 12일에는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였다. 홍콩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이용해 강경 진압에 나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민간인권전선 등은 오는 16일에도 10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검은 대행진' 시위를 열어 송환법 추진 철회, 경찰의 과잉 진압 사과, 캐리 람 장관의 사퇴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위키리크스한국=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