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행장 집무실 파격 변화…핵심업무 소통강화 행보

KEB하나·NH농협·씨티은행 "업무 효율 향상 취지"

2019-06-20     이한별 기자
손태승

최근 시중은행 수장들이 집무실을 없애거나, 핵심 업무 부서와 거리감을 좁히는 등 소통 강화를 위한 파격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내년 4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소재 씨티뱅크센터로 이전하며 박진회 행장의 집무실을 없애고 임원 이상급 집무실을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글로벌 표준 사무환경 개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방형 사무공간인 스마트오피스를 추진하고 있다"며 "스마트오피스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업무의 효율성과 근무 만족도를 향상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행장 집무실과 핵심 전략 부서를 근거리에 두고 업무 효율 향상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내주 중으로 서울 을지로 소재 본점 15층, 18층, 19층 등에 위치한 글로벌·디지털 관련 부서를 22층과 23층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25층에 위치한 지성규 하나은행장 집무실 근처로 핵심 부서를 이동시키고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취임식에서 "글로벌 시장 개척과 디지털 역량 강화라는 두 날개를 달고 신뢰받는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고 언급하며 '글로벌'과 '디지털'을 강조해 온 바 있다.

농협은행은 평소 강조해온 '디지털금융' 기조에 따라 서울시 양재동 소재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별도로 이대훈 행장 집무실인 '디지털 콕핏(Cockpit)'을 마련했다. 

디지털 콕핏은 반투명한 문과 심플한 테이블로 마련된 공간이다. 이 행장은 이곳에서 직원들과 디지털오피스 책상을 공유하며 전략방향 등을 자유롭게 논의하고, 태플릿PC를 통해 결재·업무보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행장은 매주 1회 디지털 콕핏으로 출근해 임직원들과 디지털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입주 핀테크 기업과 자유롭게 수평적 소통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우리금융그룹 회장 취임 후 '고객우선' 가치에 따라 당초 회장실로 사용하던 23층에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구축하고 22층 행장실에 머물렀다.

손 회장은 취임 후 23층으로 집무실을 옮겨야 한다는 일부 직원들의 권유에도 "고객을 은행보다 위에 두고 모시는 마음으로 업무를 추진하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장들이 집무실 공간 변화를 통해 핵심 업무에 주력하고, 수평적 소통을 통한 업무 효율성 향상 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