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매입은 '강력한 동맹의식' 기반... 전문가들 "KCGI 경영권 공격 확실하게 차단할 듯" 관측 (종합)

2019-06-24     김완묵 기자
대한항공이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조기에 일단락될 것이라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며 "한국과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에 한진칼 주가는 지난 21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일 대비 15.1% 급락한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현황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측 우호지분 28.93% △KCGI 15.98% △델타항공 4.3% △국민연금 4.11%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지분 29.96%를 가지고 있는 등 고 조양호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 간에 일고 있는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다.

그동안 오너 일가가 28.9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KCGI가 15.98%의 지분을 확보해 턱밑까지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에 델타항공이 10%의 지분 확보를 통해 조원태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도와주는 형태가 된다면 지분경쟁은 사실상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너 일가의 우호세력 지분이 40%에 가까워 KCGI로서는 지분경쟁에서 따라잡기가 힘든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의 이번 지분 참여는 대한항공에 대한 굳건한 동맹의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드 바스티안 미국 델타항공 CEO는 지난 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조양 호회장이 별세했지만 대한항공과의 협력은 굳건하다"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믿을만한 사람이며 양사의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의 타계로 갑작스레 경영권을 이어받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연임되느냐 하는 중요한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델타항공이 지분 확보를 통해 조원태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도와준다면 조원태 회장이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원태

세계 최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글로벌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의 일원으로 고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대한항공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만드는 등 미래 협력도 강화해왔다. 

최근에는 국내 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KCGI에 해준 주식담보 대출 기간 연장을 거부하면서 KCGI의 자금 확보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다만 KCGI는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CGI는 이날 델타항공에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 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강화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 주주로서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KCGI가 관련법에 따라 투자자가 드러나는 상황을 감수하고도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KCGI는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이 상속되는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관련 소송을 내고 법적 다툼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KGCI 측의 작전으로 내년 주주총회까지 한진칼의 경영권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이번 델타항공의 지분참여가 조원태 회장 체제에 대한 강력한 믿음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외부의 경영권 공격이 조기에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