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속 '윤석열 사단'

8일 국회 406호 '윤석열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스케치

2019-07-09     윤여진 기자
윤석열

8일 오전 9시 10분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406호. 아직은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50분이 남은 시간이다. 후보자 자리 뒤로 가로 두 줄 좌석이 모두 비어있다. 언제나 자리가 부족한 기자들은 그곳을 탐냈지만 앉을 수 없었다. 이 자리 주인은 따로 있는데, 윤 후보자가 직접 고른 '윤석열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소속 검사들이다. 다른 이름은 '윤석열 사단'.

회의장인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실 직원의 실수였을까. 앉을 수 없는 그곳 한자리에 코팅 종이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거기엔 이날 배석할 검사들 13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표로 정리돼 있었다. 

3차장검사 한동훈 010-XXXX-XXXX
대변인(언) 주영훈 010-XXXX-XXXX
형사7부장(정) 김유철 010-XXXX-XXXX
기획과장(국) 김태훈 010-XXXX-XXXX
특수2부장 송경호 010-XXXX-XXXX
공안2부장 김성훈 010-XXXX-XXXX
특수4부장 김창진 010-XXXX-XXXX
정책팀 김남훈 010-XXXX-XXXX
정책팀 고진원 010-XXXX-XXXX
청문지원 이동균 010-XXXX-XXXX
중앙 최재훈 010-XXXX-XXXX
중앙 서현욱 010-XXXX-XXXX
중앙 정유선 010-XXXX-XXXX

윤석열

◇'적폐청산' 수사의 상징 한동훈은 청문회장에 들어오지 못했다

새로운 사실 절반은 우연히 찾아오는 법이다. 코팅 종이 가장 위에 적힌 사람 이름 석자는 한동훈(46·27기).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직전 대법원장을 구속한 이번 정부 들어 가장 화려한 검사다. 중앙지검 특수 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 보직을 연임할 정도로 윤 후보자의 신임이 두텁다. 

이날까지 그가 준비팀 소속이라는 건 알려지지 않았다. 그만큼 은밀하게 윤 후보자를 지원했다는 것일까. 한창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수사로 바쁠 이때 청문회장을 찾았다는 사실에서 윤 후보자의 특수통 직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다. 그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적폐수사' 논란을 피하려는 듯 청문회장을 찾지 않고 복도만을 서성거렸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차장은 '청문회장은 왜 들어가지 않느냐'는 기자 물음에 "나는 준비단에서 법률 검토를 했기 때문에 왔다. 내가 들어가면 또..."라고 말을 아꼈다. 특수수사 책임자가 얼굴을 비출 경우 윤 후보자에 대한 공격이 '적폐청산'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한 차장은 이내 대기실인 415호로 자리를 옮겨 윤 후보자를 기다렸다.  
 

◇의원들에게도 인사받은 '이명박 다스 수사' 문찬석 대검 기조부장
 
청문회 시작 6분 전인 오전 9시 54분. 윤 후보자가 법사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착석했다. 법사위 터줏대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윤 후보자에게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한 뒤 바로 뒷편 오른쪽에 앉은 문찬석(58·24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에게도 눈짓했다. 준비팀 단장인 문 부장은 일어서지 않고 엉덩이만 가볍게 의자에 뗀 상태서 목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동차부품기업 '다스'(DAS) 횡령 혐의를 수사한 직후 검사장으로 승진한 역시 '윤석열 사단'이다. 


◇신임 총장의 수사권 조정 해법은? 막내 검사 정유선의 '깨알 메모'

이날 윤석열 사단은 윤 후보자의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 말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관한 것이면 수첩에 바로바로 기록됐다. 특히 이때는 준비팀 공식 소속은 아니지만, 윤 후보자의 신뢰를 받아 따라온 평검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된 후 검경수사권 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제기했다. 윤 후보자는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이나 성안된 법안을 틀린 것이라는 식으로 폠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이때 막내 정유선(41·36기) 중앙지검 외사부 검사가 '폄훼' 두 글자를 수기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경찰의 1차 수사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검찰 출신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질문이 나올 때, 서현욱(44·35기) 전 대검 검찰연구관의 손에서 펜이 바쁘게 움직였다. 서 검사는 지난해 3월 검찰 내부통신망에 '헌법상 검사 영장청구 조항 삭제에 우려를 표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 개혁에 대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던 검사다. 막 검찰연구관 임기를 끝내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발령난 직후다. 검찰연구관은 대검에서 검찰총장을 보좌하며 각종 정책과 제도의 설계를 검토하는 보직이다. 

윤 후보자가 "검경 협력"을 강조하며 수사지휘권 폐지 여부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하지 않자 백 의원이 직설적으로 "수사지휘권 폐지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협력관계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수직적인 지휘 개념을 유지하는 것보다 형사법집행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모호한 말로 연거푸 답변을 대신했다.  

원론적인 답은 필요 없다는 듯 백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한 검경수사권조정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윤 후보자는 학설을 근거로 자기주장을 이어갔다. 

"글쎄. 더 원론적으로 말하면, 대륙법계가 지휘라는 수직 개념인데, 제가 본 바로는, 독일·프랑스보다 지휘 개념이 전제되지 않은 상호 대등 관계로는 미국 형사법 체계가 범죄 대응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압니다"

정 검사는 수첩에 "더 뛰어난"을 메모했다. 윤 후보자의 말은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보다는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를 수직 구도가 아닌 수평 구도로 가져가 결국 '없애는 것보다 고쳐쓰는 게 낫다'는 주장이었다. 

공수처 도입 찬성 여부 역시 윤석열 사단의 깊은 관심이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5일 서면답변에서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악화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검찰이 직접수사 기능을 일부 빼앗기는 만큼 공수처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혹을 샀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윤 후보자가 "공수처 법안 각 조항에 대해서 총괄해서 찬성한다, 반대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패 대응 역량의 총합이 커진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자, 백 의원에게서 "제가 발의한 공수처 법안이 있다. (공수처 도입으로) 국가의 부패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나"라는 기습 질문을 받았다. 

윤 후보자와 백 의원 사이에 짧은 긴장감이 흐르자 서 검사는 갑자기 펜을 멈추고 몸을 앞으로 세워 귀를 쫑긋세웠다. 

결국 윤 후보자는 "공수처가 부패 대응 능력이 강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동의한다"며 결국 꼬리를 내렸다.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 역시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수사지휘권 조정의 지렛대로 활용한 바 있다. 

이날 여당이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동의 유도성' 질문만 한 건 아니다. 한국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 방어성' 질문도 눈에 띄었다. 준비팀은 이 부분을 '중요 포인트'로 꼼꼼하게 챙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후보자로 연거푸 발탁한 만큼 한국당은 이번 지명이 '코드 인사'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이같은 공세로 바로 "후보자와 문 대통령은 학연과 지연이 없잖아요"라고 선을 그었다. 이때 정 검사 수첩엔 "백혜련 2:54"라는 메모가 작성됐다. 백 의원 말이 발언 시간 2분 54초에 나왔다는 걸 적어 나중에 복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윤석열의 아픈 고리는 내가 막는다... 검찰연구관 이동균의 순발력

윤석열 사단은 윤석열의 아픈 고리도 피하지 않았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2년 동안 적폐 수사를 통해 묻힌 피를 닦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지난 2017년 11월 국정원 수사방해 사건 피의자로 조사받다 투신한 고(故) 변창훈 검사를 다룬 TV조선 뉴스였다. 

윤 후보자는 순간 얼음이 됐고, 한동안 연필을 수직으로 세우고 움직이지 못했다. 윤 후보자는 변 검사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에 막역한 사이지만 유가족을 위해 장례식장을 찾지 않았다. 잠시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운 윤 후보자를 대신해서 이동균(43·33기) 대검 검찰연구관이 관련 질문을 적어나갔다. 인천지검 소속인 이 연구관은 지난해 7월부터 대검 기조부로 파견돼 문 부장 밑에서 근무 중이다.

장 의원 질의가 끝나자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후보자, 더 할 말 있습니까"라며 윤 후보자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들어보려고 했다. 윤 후보자는 "변명을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을 겪으신 분들 앞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검찰 수사에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윤 후보자 발언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검찰 출신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발언 순서가 아닌데도 "사죄를 해야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역시 목소리가 큰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박근혜, 이명박 정부가 해야지"라고 맞불을 놨다. 

◇'적폐 수사' 언급되자 귓속말 나눈 대검 간부들 

여야가 '적폐 수사' 문제로 충돌하자 청문 준비팀 뒷줄에 앉아있던 서 검사가 일어나 앞줄에 앉아있던 문 부장에게 빠르게 의견을 전달했다. 문 부장은 이어 김태훈(48·30기) 대검 정책기획과장과 귓속말로 의견을 나눴다.  

한국당은 적폐 수사에 대응하고자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이 고인 사망으로 인한 공소기각으로 종결된 것을 들고나왔다. 한국당 고발에 윤 후보자가 서면답변에서 "새로운 증거를 찾기 위해 다각도 노력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자 여당 청문위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10년 전 검찰 캐비넷으로 들어간 사건이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다시 튀어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은 허상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의 역린을 건드린다고 생각했는지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서면 답변만 보면 새로운 증거를 찾는다는 게, 노무현 일가 사건을 새로 수사하기 위한 것이냐"라고 묻자 윤 후보자는 "불기소된 사건을 새로운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재기해 기소한다면 불기소 처분한 사람들은 과거 특수직무유기를 범한 것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단서가 있어야 한다"라는 답을 내놨다. 

윤 후보자의 걱정은 노무현 대통령 가족이 아닌 과거 검찰 수사팀을 향했다. 과거 수사팀이 '알고도 무혐의' 처분한 게 아니라 '모르고 무혐의' 처분한 게 돼야 수사기관이 직무유기 범죄인 '특수직무유기'를 피할 수 있다는 "조직을 사랑한다"는 검찰론자의 시각이 다분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추가수사와 기소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 지점에선 김 과장의 메모가 있었다.  

이 의원도 당황하지 않고 역공세를 펼쳤다. 이 의원은 "새로운 증거를 찾기 위해 검찰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으니 그런 노력을 하는지 질문을 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 의원은 "과거 사건 중에 검찰 관련 사건을 온정적으로 처리한 대표적인 게 세월호, 광주지검 해경수사팀"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질의는 상당히 전략적이다. 2014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수사 일선에 나선 검사가 윤 후보자가 검찰 내에서 가장 친하다고 평가받은 윤대진(55·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또 윤 국장에게 외압을 넣은 당사자로 의심받는 게 당시 법무부 장관인 '공안통' 자유한국당 황교안(62·13기) 대표다. 

당시 황 장관이 현장 구조 책임자인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놓고 김주현(58·18기)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선욱(48·27기) 당시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라인을 통해 공식 지휘계통인 조은석(54·19기) 대검 형사부장과 변찬우(58·18기) 당시 광주지검장과 갈등했다는 게 검찰 내부에선 파다한 소문이었다. 이 부분을 수사 외압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현재 '2기 세월호특조위'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 중이다. 
 
윤 국장은 어디까지나 수사를 방해받은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윤 후보자에겐 결코 불리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의원은 의미 있는 답변을 끌어내리라고 계산했을 터다. 정 검사는 이 의원 질의를 빠르게 요약해 수첩해 적었다. 결국 윤 후보자는 "제가 관여한 사건은 아니지만 취임하면 한 번 검토해보겠다"며 '제 식구 감싸기' 의심을 차단했다. 

◇"윤석열 재산 공개는 불필요" 복도 나가 머리 맞댄 송경호·김창진 부장

윤 후보자 개인 약점에 대한 윤석열 사단의 '적극 보좌'도 빠지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윤 후보자가 부동시로 인한 병역 면제를 받은 사실을 논하다 갑자기 "윤우진 사건 관련해서"라는 말을 꺼냈다. 그러자 정 검사는 앞에 앉은 김 과장에게 가 귓속말했다. 

윤우진 사건에서도 윤 국장이 관련됐다. 지난 2012년 윤 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이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고기 수입업자에게 뇌물을 받아 골프 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를 받은 사건이다. 당시 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윤 후보자는 과거 대검 중수부에서 같이 일한 후배 이남석(52·29기)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했다. 이 때문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윤 전 서장이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받은 배경엔 윤 후보자와 윤 국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윤 후보자가 자신과 배우자의 재산 명세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채 의원 몫이었다. 여러 차례 요구해도 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일관하자 송경호(49·28기) 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김창진(44·31기) 중앙지검 특수4부장이 바빠졌다. 판사 출신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나서서 "배석한 검사들 보고 검토해보고 가능하면 빨리 제출해달라"고 압박한 탓이다. 

결국 두 부장검사와 서 연구관은 복도로 나가 급히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법적으로 공개 의무가 없는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인사혁신처가 청문위원에게 제출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었다. 채 의원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법사위 차원의 고발을 검토하겠다는데도 준비팀은 윤 후보자의 '심기 경호'에 집중했다. 그만큼 그들은 윤 후보자와 가깝다. 둘 다 윤석열 이름 석자가 박힌 특별검사팀(특검팀)에 파견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송 부장은 지난 2008년 윤 후보자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의 다스·BBK 투자자문 실소유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특검팀에 파견된 전력이 있다.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자책이었을까. 윤 후보자는 중앙지검이 지난 2017년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을 재수사하게 되자, 송 부장이 있는 특수2부에 배당했다. 검사 이력에 흠집으로 남은 사건을 다시금 마무리 짓게 기회를 준 것이다. 송 부장은 2017년 4월 삼성그룹으로부터 다스 소송비를 뇌물로 대납받은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윤 후보자와 함께 박영수 특검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김 부장은 차세대 특수통으로 주목받는다. 김 부장은 준비팀으로 배석한 부장검사 중 기수가 가장 낮다. 그런데도 생중계에 얼굴이 보이는 각도인 윤 후보자 바로 뒤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청문회 상황을 점검한 게 김 부장이다. 

윤 후보자는 자정을 넘겨 회의 차수를 변경하고 산회 직전에 배우자 부분을 빼고 본인 재산만 공개하는 것으로 여야 의견이 모이자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하지만 청문회가 끝난 뒤 이 연구관은 기자에게 "자료 제출을 낸다고 하지는 않았다"고 정리했다.   

◇윤석열 육성 파일이 뭐길래... 검사들은 스마트폰 들고 단체로 기사 '열독'

윤석열

착착 진행되는 것만 같았던 청문회 복병은 차수 변경 뒤에 있었다. 국회 회의는 자정을 넘길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이날 오후 11시 50분쯤 차수 변경안을 상정하고 정회했다. 이후 9일 새벽 0시 10분쯤 속개했는데 그 사이 변수가 발생했다. 청문회 내내 "윤우진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윤 후보자의 공식 해명과 다른 본인의 육성 파일이 언론에 보도된 까닭이다. 

이때부터 지루한 공방이 시작됐다. 윤 후보자는 "소개는 했지만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선임을 도와주지는 않았다"고 거듭 반복했다. 여당 청문위원들은 침묵했고, 야당 청문위원들은 간사 협의를 번복하고 청문회를 계속하자고 했다. 

윤석열

윤 후보자의 해명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지면서 준비팀이 할 수 있는 것도 바닥이 났다. 단장인 문 부장은 종종 허공을 본채 눈을 감았고, 꼿꼿하게 허리를 세웠던 김창진 부장도 다소 긴장이 풀어졌는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윤 후보자와 보조를 맞춘 김성훈(50·29기) 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송 부장은 관련 육성 파일을 보도한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계속 들여다봤다.

◇쉽게 국회 떠나지 못한 윤석열... 대기실에서 턱 괸 채 '고심'

이날 청문회는 자정을 넘겨 '의사진행발언으로 위장한 질의'→주질의→증인신문→재보충질의→재재보충질의를 끝낸 새벽 1시 50분쯤 끝이 났다.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에도 준비팀은 청문회를 준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6시간의 일정이었다. 

윤석열

하지만 준비팀은 쉽게 국회를 떠나지 못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가 산회되자 여야 청문위원과 일일이 악수를 한 채 곧장 한 차장이 대기 중인 415호로 이동했다. 원탁 테이블엔 윤 후보자, 한 차장, 문 부장 셋이 앉았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다기보다는 윤 후보자가 충격 흡수에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간간이 열리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윤 후보자는 아무 말 없이 왼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그 주위로 '윤석열 사단'이 테이블을 둘러쌌다. 

윤석열

15분이 지난 9일 새벽 2시 5분. 윤 후보자는 검찰 직원의 호위를 받은 채 빠르게 승강기를 타고 국회 본청 건물을 빠져나갔다. 윤 후보자는 거짓말 논란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들 질문은 피했다. 국회 건물을 빠져나갈 때 탑승한 차량엔 한 차장이 동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 해당 기사의 분류를 [사회]에서 [법조]로 변경, 최초 기사 출고 시간과 상관 없이 최종 수정 시간이 2019년 7월 24일 자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