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전자 '의류건조기' 사태 확산…피해자 모임 2만명 넘어 “내용 증명 및 항의 방문 계획”

LG전자 의류건조기 논란 확산…밴드 개설 열흘만에 가입자 수 2만명 넘어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 핵심 기능으로 광고…"자동세척 안되고 악취 유발" 논란 커지자 10년 무상보증 발표…"눈 가리고 아웅 하는 대책"

2019-07-10     정예린 기자
LG전자

LG전자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의류건조기를 둘러싼 품질 논란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LG전자측에 내용 증명서 발송 및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피해를 입은 고객들이 모여 개설한 네이버 밴드의 리더 강 모씨는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제(9일) LG전자측에서 내놓은 입장문 및 답변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이러 이러한 것을 요구한다고 동의, 서명 등의 절차를 거쳐 밴드 이름으로 LG전자측에 내용 증명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만간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밴드 멤버들과 소규모로 LG전자 본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방문해 확실한 피드백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개설된 밴드는 약 열흘만에 가입자 수가 2만명을 넘었고, 피해 사례를 입증하는 사진과 영상들만 3300건을 넘어섰다.

문제의 핵심은 LG전자가 의류건조기에 탑재한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이는 사용자가 직접 콘덴서를 청소해야 하는 기존 제품들과 달리 건조기를 작동할 때마다 3개의 물살로 콘덴서를 자동으로 씻어주는 기능이다.

그러나 실제 사용한 소비자들은 LG전자가 강조하는 편리함과는 전혀 다른 기능을 보였다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은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콘덴서 안에 먼지가 쌓이고, 자동세척 이후 콘덴서에서 배출되지 않고 고인 응축수가 먼지와 만나 배출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정 기간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응축수가 고인 후 썩어 물때와 먼지 덩어리가 발생해 각종 악취를 유발한다고도 덧붙였다.

LG전자는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LG전자, 의류건조기 자동세척 콘덴서(응축기) 10년 무상보증”이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LG전자는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의류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께서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도록 자동세척 콘덴서에 대해 제품 구입 후 10년간 무상으로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증 기간 내에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의 경우, LG전자 서비스에 연락하시면 서비스 엔지니어가 방문해 제품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10년 무상보증 발표에도 소비자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대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10년 무상 보증이라고 발표한 입장문에 작은 글씨로 일부 비용은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피해를 입은 한 소비자는 “10년 무상보증은 콘덴서가 고장이 났을 때 10년 동안 이를 교체해준다는 의미인데 수리 기사분이 고장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는 청소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청소 비용은 구입한 소비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무상으로 청소를 받는다고 해도 청소를 하려면 건조기를 분해해야 하고 이게 반복이 되어야 한다”며 “능숙한 기사님들도 많으시겠지만 조립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거나 잦은 분해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용 부담은 누가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다수의 소비자들이 고객센터에 관련 문제를 제기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었다.

LG전자는 지난달 해당 의류건조기를 세계 50개국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콘덴서 자동세척시스템을 의류건조기의 핵심 시스템으로 광고하며 집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LG전자의 의류건조기 광고가 불법 과장, 허위 광고라 판단하고 소비자보호센터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LG전자는 자사 홈페이지 내 제품 안내 문구에서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 관련 문구를 삭제하고, 관련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를 모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도 내렸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