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바람 잘 날 없는 KT… 직원들 “제발 5G 프로젝트에 집중하도록…”

경영고문 의혹 압수수색… KT ‘경쟁사와 형평성’ 문제 제기

2019-07-16     손의식 기자
경찰청

“대한민국이 모처럼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5G를 상용화 했습니다. 이제 치고 나가야 하는데, 프로젝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을만큼 외풍이 심합니다.”

16일 광화문 KT 사옥에서 입구에서 만난 한 직원은 “회사 경영을 흔드는 분들 때문에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 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초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 자녀 특혜채용 의혹 건으로, 또 지난달 초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KT에 압수수색을 벌였던 경찰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 경영고문 관련 서류들을 챙겨갔다.

경찰청 관계자는 “KT 노조의 고발사건 중 경영 고문 위촉과 관련한 내용을 들여다보기 위한 압수 수색”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KT 새 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황창규 KT 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측은 “위촉된 (14명) 경영 고문에게 상당 금액이 지급됐다”며 “유력인사의 측근에게 일자리(경영 고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황 회장이 개인 자리를 보전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선 압수 수색 과정서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인사의 위촉 경위, 활동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KT 경영고문 명단’을 보면 14명의 자사 고문이 나와 있다. 14명 중 정치권 인사가 절반에 가까운 6명이며,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퇴직 경찰 2명, 퇴역 장성 1명, 업계 인사 2명었다. 월 자문료 성격으로 적게는 417만원에서 많게는 1370만원까지 모두 20억원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 측은 “경영 고문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전후 집중됐다”며 “당시 KT로선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의 현안이 줄지었을 때여서 경영 고문이 정치권 로비에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 측은 “관련 부서 판단에 따라 경영상 도움을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고문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민간 기업’ KT가 내규로 경영 고문을 위촉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으며 고문 계약 또한 당초 취지인 경영상 도움을 받기 위한 정상적 활동 범주 안에서 행해졌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KT는 17년 전 민영화된 민간기업으로 얼마든지 내규상 경영고문을 위촉할수 있다”며 “이런 사항에 대해 수사하려면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같은 사안으로 수사를 해야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를

KT 주변에서는 또 황창규 회장의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회장 인선 방식을 둘러싸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전직 KT 임원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진 'K-비즈니스 연구포럼'(이하 연구포럼)이 'KT 바로세우기 제언' 보고서를 통해 KT 회장 후보를 보다 투명하게 심사하기 위해 노조와 주주, 고객, 협력사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인선자문단'을 구성해 사내외 후보를 공개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KT는 차기 CEO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최대한 차단하고 KT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대표이사 회장을 선발하기 위해 지난 2018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한 바 있다.

주주총회에서는 기존 CEO추천위원회를 통한 회장 선출 방식을 바꿔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 등 4단계를 거치도록 했다. 현재 그 첫 단계로 지배구조위원회가 회장후보자군 구성을 위한 조사를 진행해 KT 사내 부사장급 임원 17명에 대한 후보자를 추리고 이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는 중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정관 및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연구포럼은 "지배구조위원회의 근간을 이루는 'KT 사외이사'는 현재 정관계 인사 4명, 언론계 인사 3명 등 정치권 등의 외압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면서 "결국 황 회장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사외이사를 구성하고 이들이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은 기존 '깜깜이 인사'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지배구조위원회가 아닌 200인의 KT 이해관계자 인선자문단을 구성, 회장 후보자들을 공개 면접하고 선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포럼은 또 1인 회장 체제인 KT 지배구조를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는 CE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기술책임자(CTO) 3인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관 개정을 통해 3인 대표의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고 경영계약서를 공동으로 체결해 책임을 나눠지는 형태로 바꾸자는 것이다.

KT

KT 내외부에선 이같은 연구포럼의 지적도 또 다른 '외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운영규정에 따라 회사 또는 계열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직급 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인 자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9월부터는 외부 전문가에 대한 공모도 시행할 방침이다.

KT는 “주주총회를 통해 적법하게 개정된 정관에 근거,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황창규 회장은 차기 회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배구조위원회가 황창규 회장의 '입맛'대로 진행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황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과 이사회 간사인 박종욱 부사장은 회장 후보에서 제외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CEO 후보 선발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정관에 따라 엄정하고 투명하게 처리되고 있다"며 "보고서에서 제기한 '불투명한 프로세스'는 근거조차 없는 비방"이라고 일축했다. KT 관계자는 “아울러 공개모집 및 전문기관 추천 등을 통해 내외부 모두를 고려한 최적의 차기회장 후보자군 발굴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는 K-비즈니스 연구포럼과 같은 외압에 흔들림 없이 정관에 근거해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6만여 명의 KT그룹 직원을 리딩할 수 있는 전문성과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차기 회장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한편 KT 황창규 회장은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5G를 선도해나가는 KT가 되자’고 독려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G 100일의 도전과 우리의 다짐’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KT 구성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KT 5G는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5G 서비스로 1등 5G를 더욱 확고히 하자"고 말했다.

황 회장은 특히 5G시대 핵심 수익모델로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KT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올 3분기에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공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KT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지주와 협력해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 필요한 5G통신망부터 플랫폼,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구축을 거의 마쳤다”며 “올해 3분기부터 스마트팩토리의 가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현대중공업지주와 업무협약을 맺고 5G통신을 기반으로 공장의 로봇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스마트팩토리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왔다.

KT는 첫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5G통신 기반의 B2B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스마트팩토리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잠재적 '고객기업'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그동안 5G통신을 기반으로 한 기업 대상 거래에 집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는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B20서밋'에서 “5G통신산업의 90%가 B2B영역에서 이뤄진다”며 “KT는 B2B사업부문을 중심으로 그동안 준비해온 하나하나의 에너지들이 2019년에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스카이십, 인공지능 호텔로봇 등 5G통신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준비해 왔다.

이강수 KT IT기획실 인프라서비스단 단장은 “기업들이 서비스는 좋다고 하면서도 퍼스트펭권이 되기는 꺼려한다”며 “다른 기업이 먼저 도입한 사례를 보면 하겠다고 해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보안문제를 우려해 클라우드 서비스 적용을 꺼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KT는 금융 특화존을 구성하고 맞춤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차별화 노력을 기울여 4월 KEB 하나은행에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로서는 최초로 금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나은행은 KT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GLN) 기반 시스템을 구축했다. KT는 하나은행의 사례를 앞세워 금융기관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손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