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 2명 1심서 '실형'

2019-08-23     김민지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고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2명 간부 가운데 양 모 전 전무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23일 고 전 대표를 포함한 애경산업 전 간부 세 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살균제의 생산 및 유통에 있어 애경 관계자의 형사 처벌 법리를 판단할 증거를 인멸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다. 피고인의 역할과 범행 과정,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실형으로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에 처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한 고 전 대표를 포함한 애경산업 간부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 없이 일상적인 회사 업무와 마찬가지로 사무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고 전 대표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오히려 자신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초범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고 전 대표의 지시를 받고 증거 인멸을 시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던 양 모 전 애경산업 전무와 이 모씨는 각각 징역 1년,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고 전 대표 지시에 따라 지난 2016년 초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 등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파악됐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구멍을 뚫어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등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을 교체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같은 해 10월 국정조사 이후에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핵심 자료들을 은닉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들은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활동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