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트럼프, 볼턴 경질前 이란 제재완화 시사"

NBC방송·블룸버그통신 잇단 보도…대북제재 유연성으로 이어질지 관심

2019-09-15     이현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기 전날 대(對)이란 제재완화를 시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 NBC방송은 14일(현지시간)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볼턴 전 보좌관의 사직에 영향을 줬다는 볼턴 전 보좌관의 측근을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제재완화를 고려하고 있다면 대북제재에 있어서도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때문에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NBC방송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나기 하루 전인 9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완화를 시사했다.

볼턴 전 보좌관과 가깝다는 익명의 인사는 이 자리에서 볼턴이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고, 사직서 제출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NBC방송에 설명했다. 

NBC방송은 정부 당국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해 제재완화 아이디어를 꺼낸 것이 처음이 아니며 9일에는 제재 해제를 시사하는 정도를 넘어 정말로 완화를 고려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하고 이튿날 대이란 제재완화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11일 복수의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9일 회의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이달 23일 열리는 유엔 총회를 이용해 만나기 위해 대이란 제재의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반대하는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격한 언쟁을 벌였고 다음날 경질됐다는 게 블룸버그 통신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개시를 위해 제재완화를 고려하고 있다면 북한에도 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미 실무협상이 이르면 이달 중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협상 진전에 유연성이 발휘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제재해제보다는 안전보장 확보를 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제재해제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한 외교적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올해 김정은을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일정 시점에 그렇다"고 답하며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