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불매운동 기간 매출액 66% ‘급감’...광고 논란까지 ‘진퇴양난’

불매운동 이후 매출 하락 지속...지난해 440억원 같은 기간 올해 150억원으로 떨어져 겨울 시즌 주력 상품 내세워 매출 '회복' 노렸으나 광고 논란으로 불매운동 '재점화'

2019-10-21     황양택 기자
[사진=유니클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주요 표적인 ‘유니클로’가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광고 논란까지 이어져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패션업계 성수기인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주력 상품을 내세우며 매출 회복을 노리던 찰나에 ‘위안부 모독’ 광고 논란으로 다시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다. 문제의 광고를 중단하면서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불씨를 다시 재점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내 KB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 8개 카드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니클로 올해 7월 마지막 주부터 9월 넷째 주까지 매출액은 1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0억원보다 66% 감소했다.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매주 이어져 왔다.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매출이 매주 하락했다. 다만 가을·겨울 시즌으로 들어가는 9월에는 매출이 상승했다. 첫째 주 130억원에서 넷째 주 254억원으로 증가했다.

겨울 상품 단가가 여름 상품에 비해 높은 것도 있지만 불매운동 열기가 식어가는 시기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커다란 정치 이슈들이 여럿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불매운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시기였다”면서 “유니클로 겨울 상품이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그 만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영업 전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니클로는 자사 겨울 주력 상품인 ‘히트텍’과 ‘후리스’ 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쳐왔다. △2019 F·W 유니클로 and JW 앤더스 콜라보레이션 컬렉션 △2019 F·W 캐시미어 컬렉션 △온라인 스토어 10주년 기념 이벤트 △2019 F·W 니트 컬렉션 등을 선보였다. 매출도 점점 상승하면서 다시 회복세에 접어드는 양상이었다.

다만 유니클로 광고 논란이 변수로 떠올랐다. ‘유니클로 후리스 : LOVE & FLEECE편’ 국내 광고 내용이 위안부 모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98세 패션 컬렉터 할머니와 13세 패션 디자이너 소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소녀가 할머니에게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옷을 어떻게 입었나요”라고 물자 할머니는 “맘소사, 80년도 더 된 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답했다.

네티즌들은 “80년도 더 된 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대사를 문제 삼았다. 80년 전은 1939년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국가총동원법으로 위안부 동원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때다. 특히 광고에서 할머니가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하지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말한 것이 우리말로 번역될 때는 ‘80년’이라는 구체적 수치가 나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네티즌들은 이를 ‘의도적’이라고 판단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가장 큰 문제는 네티즌이 지적한 것처럼 외국인 할머니 대사가 ‘맙소사! 옛날 일을 어떻게 기억하니?’인데, 한국 광고 자막에서만 ‘8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니?’라고 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건 정말 의도된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광고”라고 말했다.

유니클로 측에서는 광고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이번 광고는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전세계 모든 이들의 삶을 위한 후리스’라는 콘셉트로 제작된 글로벌 시리즈 광고”라며 “세대와 나이를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후리스 특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에서 나오는 할머니와 소녀의 실제 나이 차이가 80살이 넘는 만큼 이렇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두 사람 모두 후리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나이 차이에 대해 자막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유니클로의 해명에도 해당 논란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유니클로는 광고 송출을 중단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사안, 신념 및 단체와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으나 많은 분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신 부분 무겁게 받아들여 당일 즉각 해당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니클로의 해명과 조치가 있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의 국제 관계와 역사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며 “유니클로 입장에서는 이번에 광고 논란까지 일어나면서 더욱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황양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