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KT 회장 징역 1년…법원 "부정채용 지시 인정"

김성태 의원 뇌물죄 구성에 필요한 '공여' 행위 실체 인정…판결에 영향 불가피

2019-10-30     이현규 기자
김성태

이석채 전 KT 회장이 유력 인사의 가족이나 친인척을 부정 채용하는 이른바 '인맥 채용'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30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과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전무), 김기택 전 인사담당 상무에 대한 공소 사실도 모두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특정 지원자를 채용하며 (지원자) 가족이나 추천자의 영향력을 통해 영업 실적을 올리거나 혜택을 받을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이 지원자들의 점수를 변경하지는 않은 것은 인정되지만, 원래 결과대로라면 다음 단계에 응시하지 못하는 사람을 자의적으로 합격 처리를 하는 것은 원점수를 조작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원자의 점수를 직접 조작한 것이 아니더라도, 채용전형의 특정 단계에서 임의로 합격 처리를 한 것은 점수 조작과 마찬가지로 부정 채용이라는 것이다.

또 이러한 부정 채용 행위가 결국 특정 지원자들을 합격시킴으로써 그들을 추천한 유력 인사의 영향력을 이용해 영업 실적이나 기업 운영에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취재진에

이 재판부는 이 전 회장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뇌물공여·뇌물수수 혐의 재판의 심리도 함께 맡아 왔다.

이 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가 KT의 부정 채용에 이 전 회장이 실제로 개입했다고 판단하면서 김 의원의 뇌물죄 구성에 필요한 '공여' 행위의 실체도 인정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딸은 2011년 KT에 파견직으로 일하다 2012년 하반기 공채에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김 의원 딸이 정규직이 된 시기는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던 때다.

이에 검찰은 김 의원이 환노위 여당 간사로서 이 전 회장의 증인채택을 무마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 전 회장은 그 대가로 비정상적 과정을 거쳐 김 의원 딸을 KT에 정규직으로 채용해 결과적으로 김 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결론 내렸다. 김 의원은 이같은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반면, 이 전 회장과 김 의원 측은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공소기각 또는 무죄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