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태국방문 준비...11월 아세안 외교 '시동'

2019-11-02     이세미 기자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3일 아세안+3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위해 태국으로 떠난다.

대통령은 주말인 2일 별도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의 삼우제(장례 후 사흘째에 치르는 제사)가 있는 날이지만 불참하고 태국 방문 준비에 전념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은 슬픔을 다독일 겨를도 없이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때문에 삼우제에도 가시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태국 방문은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분위기를 예열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외교·시장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에 따라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심화하고 신남방정책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감도 번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주력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있어서도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로서는 '11월 아세안 외교전'에 힘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과 같은 기간 태국을 방문하는 만큼 회의장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조우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재로서는 한일관계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내달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우연이라도 한일 정상의 대면이 이뤄진다면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태국 방문에서 복귀한 후에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에 몰두하는 동시에 본격적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사안의 경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방안 모색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초 청와대는 오는 16∼17일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일·중·러 등 주요국 정상을 만나 한반도 평화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가 APEC 개최를 포기하면서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일단 무산되기는 했지만, 문 대통령이 다른 외교적 계기를 통해 주요국 정상들을 만나는 방안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을 살리기 위한 개각 및 청와대 개편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총선 역할론이 계속 거론되는 만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종료된 이후인 다음 달 이 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이 단행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등 외교·안보 라인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시도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에서 "지금 법무부 장관 (인선) 외에는 달리 개각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법무부 장관 인선도)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 장관 인선을 '원포인트'로 먼저 하되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신중한 인선을 하고, 이 총리 교체 여부를 포함한 개각 및 청와대 개편 논의는 그 이후에야 고민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개각은 총선 출마자 공직자 사퇴 시한(총선 90일 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이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