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KT '차기회장 투명선정 실험' 급물살... 전현직 8 vs 관료출신 1의 대결

2019-12-17     최종원 기자
KT광화문빌딩

KT의 차기 회장을 투명하게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6일 KT에 따르면 KT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지배구조위원회로부터 넘겨받은 9명의 후보에 대해 일일이 면접을 보고, 몇 명으로 압축할 지를 결정하게 된다.

 KT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금주부터 차기 회장 후보 9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자격심사에 돌입한다. 이번 후보군에는 예전보다 정치적 배경이나 경륜 등이 두드러지게 차별화되는 인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 많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는 이달 말까지 후보 9명의 심층 면접을 마치고 5배수 안쪽으로 최종 후보군을 확정해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KT 안팎에서는 심사위가 2∼3명 선으로 최종 후보군을 압축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에선 이 중 최종 1인을 선출해 내년 3월경 열릴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하게 된다.

지배구조위원회가 지난 12일 차기회장에 도전하는 후보 8명을 공개한 가운데, 비공개를 요청한 1명의 후보는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KT가 본인 동의를 받아 공개한 후보자는 구현모, 김태호, 노준형, 박윤영, 이동면, 임헌문, 최두환, 표현명(가나다 순) 등 8명이다. 나머지 1명은 비공개를 요청해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윤종록 전 차관으로 밝혀지면서 모든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윤종록 전 차관이 비공개 회장 후보라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놀라는 분위기다. 그는 문재인 정부 성향과 맞지 않는 '박근혜 정부 인사'이기 때문이다. 윤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약 2년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한 핵심 참모다.

차기 회장이 복잡한 절차를 거쳐 선임되도록 제도가 마련됐지만, 그동안 KT의 회장 선임절차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점 때문에 재계와 정보통신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文心)이나 현 황창규 회장(黃心)의 의중이 가장 큰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주류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이나 황창규 회장 측은 ‘전혀 맞지 않는 추측’이라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의 경우 측근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KT 회장 선임절차에는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CEO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면 누구든 관계 없다는게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황창규

재계 관계자는 "KT가 '밀실 검증'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1명의 후보를 비공개한 이유가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많았는데, 보수 정권의 핵심 인사가 후보에 오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윤종록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인사이기 때문에 그를 낙점한다는 것은 KT 입장에서 상당한 모험을 감내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통신업계 관계자들도 윤 전 차관의 회장 등극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KT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전문성과 글로벌 리더십을 회장 후보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EO 투명 선정’이라는 거대한 실험에 돌입한 KT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