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미애 남편, 2004년 정치자금법 무죄 이유 '거짓' 의혹

후보자 부부 정치자금법 위반 판결문·재산공개 전수분석 16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4일 전 후원금으로 차량 구매 1심 벌금형 → 항소심 무죄 "기존 차량 팔고 샀다" 소명 낙선 뒤 신고한 재산공개엔 새 차 구매 기록만.. 처분 無 선관위 "처분한 금액, 임기 전 정당·공익법인에 넘겨야“

2019-12-18     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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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국회의원 3선에 실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기 막판 남은 후원금으로 새 차를 사기 전에 기존 업무차량을 처분했다고 했지만 공개한 재산내역엔 이같은 기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계책임자인 추 후보자 남편은 정치자금 사적이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기존 차량을 팔고 새 차를 산 것'이라고 소명해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그 이유가 거짓일 가능성이 나타난 셈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국무위원후보자(법무부장관 추미애)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추 후보자는 2004년 7월 28일 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재산을 공개했다. 여기엔 본인 자동차로 '2004년식 트라제 XG 1991cc 증가'가 신고됐다. 추 후보자가 16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를 사흘 앞둔 그해 5월 25일 후원회 기탁금 2468만 5000원으로 구입한 차다. 

문제는 이 재산공개가 있고 한 달이 지난 같은 해 8월 30일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을 때 추 후보자 측 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추 후보자 부부가 남은 정치자금을 개인적으로 쓴 것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발이 타당하다고 봐 재판에 넘겼다. 그해 3월 정치자금 사적이용을 금지하는 정치자금법이 개정돼 기준 마련이 중요했던 검찰로선 면밀한 법리 검토 결과 추 후보자 부부 사례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법원 1심은 검찰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추 후보자 남편 서성환 변호사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즉각 항소한 서 변호사는 1심에서 충분히 다투지 못한 부분을 법리로 다듬었다. 법조인 부부인 이들은 ▲낙선한 정치인도 정치활동에 필요한 만큼 업무차량이 필요하다는 것과 ▲기존 업무차량을 처분하면 새로운 업무차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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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아내인 추 후보자가) 16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중 자신이 타고 다니던 승용차와 지구당의 운영을 위한 승합차 등 2대의 차량을 보유·운행하여 왔는데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게 되자 차량 유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 차량 2대를 처분하고 그 대신에 경유 차량을 구입해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2004년 5월 임기 종료가 임박한 시점 기준) 차량 구입비용은 정치 활동을 위해 지출된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그대로 무죄 이유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기소한 정치자금 사적 이용 혐의 중 차량 구입 비용 부분이 무죄인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추 후보자가 낙선했지만 '원외' 정치인으로서 계속 활동할 것인 만큼 후원금으로 차량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재판부는 세 번째로 후원회 기부금을 자동차구입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선관위 해석을 들었다. 이때 두 이유 중간에 제시된 게 낙선 이후 정치 활동을 위해 쓰던 차량을 처분하면 후원금으로 새 차를 살 수 있다고 한 점이다.

판결문대로라면 기존 차량을 먼저 판 것이 입증돼야 한다. 업무용으로 쓰던 헌 차가 없어져야 새 차를 산 목적이 업무용이란 점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후원금으로 새 차를 구입한 뒤 정치활동이 아닌 사적으로 사용하다가 문제가 되자 기존 차량을 파는 식으로 언제든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다. 더불어 낙선한 의원은 민간인 신분인 만큼 재산공개 의무가 없어 처분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없다. 

선관위 역시 같은 해석을 제시했다. 본지 자문에 선관위는 "국회의원은 후원금으로 산 차량을 처분해 발생한 금액을 남은 임기 동안에만 정치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고, 임기가 임박해 그 돈을 다 쓰지 못하면 정당이나 공익법인에 인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추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명세엔 그 기록이 없다. 

추미애

2004년 낙선 이후 추 후보자가 유일하게 신고한 그해 7월 28일 재산내역(사진)엔 이때 처분했다는 차량이 '감소'로 표기돼 있지 않다. 재판에서 기존 차량을 먼저 처분하고 새 차를 구입했다고 했는데 추 후보자 본인이 신고한 재산등록엔 먼저 팔지 않았다고 나타나 있다. 재판 시작 전에 재산등록을 먼저 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은 재판 과정에서 밝힌 소명보다 재산내역이 높다. 

재판 소명이 맞으려면 7월 재산 신고 때 '2004년식 트라제 XG 1991cc 증가' 밑에 '2001년식 다이너스티 2997cc 감소'가 적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추 후보자 측은 기존 차량인 2001년식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그 시기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으며 관련 기록이 사라져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   

추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준비단(단장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을 통해 "지분 처분 대가는 다시 정치자금으로 귀속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하지만 차를 언제 얼마에 팔았는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2004년도 자료여서 남아 있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사건 당시 보좌진 역시 차량 이용과 관련한 문제는 후보자 부부가 관여했다는 입장이다. 2004년 총선에서 추 후보자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유재섭 당시 보좌관은 "법적 문제는 배우자인 서 변호사가 모두 검토했다"고 했다. 지역구 사무실을 챙긴 손용우 당시 비서관은 "내 입장도 있지 않나"라며 취재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둘은 모두 정치계를 떠난 상태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