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이란의 체스 챔피언, ‘국적을 바꾸고 싶다’

이스라엘 선수와 체스 시합을 못하게 된 이란 체스 챔피언의 항변

2019-12-27     최석진 기자

이란의 한 최상위 체스 챔피언이 이란 당국으로부터 이스라엘 선수와의 체스 시합을 못하도록 제지당하자 '더 이상 고국을 위해 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2위의 청소년 체스 챔피언인 알리레자 피라우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이란 정부가 이스라엘 선수와 시합을 하지 못하도록 강권하자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두 번째 운동선수에 속한다.

이보다 앞서 지난 10월 이란 유도 선수들은 국제 유도연맹으로부터 세계 유도 경기에 참여를 무한정 금지당한 바가 있다. 이란 당국이 자국 선수들에게 이스라엘 선수들과 경기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조치는 이란의 한 유도 선수가 이란 정부로부터 이스라엘 선수와 싸우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후 나왔었다.

“알리레자 피라우자는 국적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우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이란 체스 연맹 총재인 메흐르다드 팔라반자데흐는 이란 준 관영 통신사 타스님(Tasnim)과의 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피라우자는 현재 프랑스에 거주 중이며 프랑스나 미국의 깃발을 달고 뛰고 싶다고 희망했습니다.”

팔라반자데흐 총재는 이란의 이스나(ISNA) 통신사와의 회견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피라우자는 정부 당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세계 체스 대회에 참가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피라우자와의 접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란의 미디어들이 피라우자가 독일에서 벌어진 대회에 이스라엘 선수들과의 시합을 거부했다고만 보도한 바가 있다.

한편, 이란의 정치·스포츠 지도자들은, 이란의 숙적인 이스라엘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자국의 운동선수들에게 이스라엘 선수와 운동 경기에 나서지 말 것을 공공연하게 강권해오고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 선수와의 시합을 거부한 운동선수들을 줄기차게 칭송해오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