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프리즘] ‘사전준비’와 ‘매점매석’ 사이...건설사의 마스크 보관, 어떻게 봐야할까

2020-02-06     박순원 기자
서울

‘코로나 바이러스’ 정국 속 건설업계가 분양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는 이미 한달 전 대량의 마스크를 준비 해뒀다고 했고, 또 다른 건설사는 4월 이후 분양할 예정이지만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마스크 대량을 미리 확보해 보관 중이라고 했다.

이달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저희는 모델하우스 방문 예정 인원수 이상으로 일회용 마스크를 미리 준비해둬 큰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경우도 있다. 대형건설사 A는 이달 분양을 예고했지만 대량의 마스크를 확보해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의 뉘양스로 봤을 때 이 건설사는 아직 대량의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비슷한 처지의 또 다른 건설사는 대량의 마스크를 아직 확보해두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며 “저희는 (2월이 아닌)3월 분양을 준비 중이고 그 전에 코로나 정국이 끝날 수도 있으니 아직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대형 건설사의 사정도 이러한데 일반 개인의 상황은 어떨까.

통상 건설사가 수도권과 지방 주요입지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경우 모델하우스 오픈 3일간 방문객 숫자가 3만 여명에 이른다. 이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사전준비’를 마친 건설사들은 각 분양현장 당 최소 3만개 이상의 마스크를 미리 확보해둔 것이다.

이 가운데 2월 분양이 없음에도 마스크를 미리 구해둔 건설사도 있다. 이 건설사는 분양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코로나 정국이 심화될 경우 마스크 수급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미리 확보해둔 것이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분양 돌입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선제적 대응을 위해 마스크를 조기에 확보해뒀다”면서 “이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정국 때의 학습효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처지를 일반인과 각 개인에게 접목 시켜보자. 현재 한 개인은 마스크를 대량 구입하거나, 이를 보관하는 행위에도 제한이 되고 있다. 각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이미 ‘구입 완료’ 했지만 추후 ‘거래취소’ 상태로 변경되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 사이 마스크가 매진 되거나 값이 3~4배 이상 폭등해 구입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 여럿 초래되고 있다.

오프라인 약국이나 편의점을 통한 마스크 구입도 녹록지 않다. 현재 약국과 편의점에서는 한 개인에게 마스크를 대량 판매하는 행위를 지양하는 분위기다. 서울 종로의 한 대형약국 관계자는 “한 사람당 마스크 구입 가능 개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면서 “이전까지 한 사람이 몇 박스씩 쟁여가는 경우가 많아 취하게 된 조치”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봤을 때 일반인들은 마스크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된다. 지난 4일 아시아경제 보도를 보면 서울시청역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1개씩 사용하라고 비치해둔 마스크를 통째로 노획해가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정국 속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5일 ‘보건용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금지’에 관한 고시를 전하며 단속 강화를 예고했지만 이 같은 행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는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의 마스크 조기 확보를 어떻게 봐야할까. ‘사전준비’와 ‘선제적 조치’ 속 가려진 뒤편의 이야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기자는 이와 관련해 식약처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의견을 물었다. 식약처의 이 담당자는 “내부적으로 논의해봤지만 정확한 답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이는 고시 해석의 문제라 기획재정부의 답변을 직접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마스크 대량구입이)판매 목적이 아니라면 ‘매점매석’ 행위는 아니다”고 답을 내놨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런데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런 행위는 좀 자제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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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