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데이터 거래소 이번달 출범... 금융사들, 유통 가이드라인에 '촉각'

2020-03-02     최종원 기자
데이터3법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빅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데이터 유통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거래소’의 시범운영을 올해 상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유관기관과 함께 데이터 기준가격 등을 담은 데이터 유통 가이드라인을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2일 금융위에 따르면 데이터 거래소 출범을 앞두고, 데이터 거래 표준 절차 및 표준 계약서, 데이터 가격 산정 기준 등 데이터 유통 가이드라인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금융데이터정책과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시장은 기준가격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ICT기반 신산업 발전을 위한 데이터 거래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거래 활성화 장애 요인으로 ‘불합리한 데이터 가격’이 약 33%를 차지하는 만큼, 데이터 기준가격 설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월 금융보안원, 금융감독원·신용정보원 등의 유관기관, 금융회사·핀테크 기업 등의 데이터 수요 및 공급자와 함께 ‘금융분야 데이터 유통 생태계 구축 협의회’를 발족시켰고, 현재 협의회 아래 실무팀(TF)을 구성하여 데이터 유통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는 중이다.

협의회에는 신한·국민·농협 등의 시중은행사, 우리·현대·BC·삼성 등의 카드사,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의 핀테크사, SK텔레콤·딥서치·우아한형제들 등의 IT 회사들이 참여한다. 

은성수

이들이 주목하는 데이터 거래소는 데이터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 금융·통신·기업정보 등의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데이터 거래소에는 생산자와 수요자뿐만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자, 판매상, 가공업자 등이 참가할 수 있어 그에 따른 부가적인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소의 형성을 통해 데이터 유통과 가공 산업이 성장해 생태계가 형성되는 식으로 데이터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 거래소 추진 배경에 대해 금융위 금융데이터정책과 측은 “금융분야는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이 높고 데이터의 정확성이 높아 전세계적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라며 “금융분야 빅데이터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데이터를 적재적소에 유통시켜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의 다국적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그에 맞는 데이터 산업의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는데, 데이터 생산자가 그에 맞는 수요자를 제대로 찾기 힘들고 데이터 수요자 또한 자신이 원하는 생산자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금융권은 수집된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을 통한 실적 상승을 꾀하고자 정치권에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주문해왔다. 1년 2개월 만에 데이터 3법이 통과되자 대다수의 산업계가 환영 의사를 밝힌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데이터정책과 관계자는 “국내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 및 결합이 초기단계 수준이어서 금융회사들은 데이터 거래 및 결합에 소극적이었다”며 “실제로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는 카드사의 카드매출 정보 외에는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데이터 거래소 출범과 관련, 이 관계자는 “데이터 수요자는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원활히 공급받고, 데이터 공급자는 데이터를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여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윈-윈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며 “이는 데이터 거래를 통한 금융 분야 빅데이터 활용 확대 및 금융과 이종 산업간 융합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8월5일 데이터 3법 시행 전까지 거래소에서는 식별 정보를 철저히 제거한 익명정보만 거래할 수 있다.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3법이 본격 시행되면 데이터 거래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