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이만희 체포 요구에 6년 전 '유병언 수사팀' 검사 "지금과 그때..."

2020-03-04     윤여진 기자
(故)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알지 않나"

2014년 4월 20일 인천지검에 꾸려진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유병언과 이만희는 다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 나선 검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 역시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 주장 밑바탕엔 유 전 회장이 기독교에서 '이단'(異端)으로 분류되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교주였듯, 이 총회장 역시 마찬가지란 믿음이 깔려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둘 다 '사이비'(似而非)야"란 주장이다. 여기엔 이성과 합리보단 감정과 선동이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이 총회장을, 지난 1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고발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다음날 현행범 체포를 시도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같은 광풍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난달 28일이다.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19 방역 저해 행위'를 검찰에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사실상 신천지를 겨냥해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 착수" 방침을 하달했다. 
 
하지만 5년 10여 개월 전과 지금은 다르다는 게 검찰 내 분위기다. 추 장관 지시가 있던 날 대검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관여하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를 면담했다. 신천지가 신도 명단을 사실과 다르게 중대본에 제출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압수수색 필요성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복지부와 질본 관계자 모두 "압수수색으로 오히려 신천지 신자들이 숨을 수 있다"고 답했다. 대검은 즉시 전국 검찰청에 '압수수색을 하려면 대검과 반드시 협의하라'는 업무연락을 전달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과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자치단체 서너 곳의 자료가 신천지 측이 제공한 정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배경이다. 

홍상수 영화감독의 2015년 작품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제목처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참사 때 '유병언 죽이기'를 문제 삼았지만(최민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유병언 회장으로 사건의 초점을 옮기는 물타기"), 지금은 '이만희 죽이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이해찬 당 대표 "검찰은 즉시 강제수사로 신천지 교단의 제대로 된 명단과 시설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지난

코로나19를 두고 "머지않아 종식될 것"(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공개한 정부가 사태 확산의 책임을 신천지에 돌리고 있는 것인지 질문이 필요한 때다. 2014년 4월 23일 구원파 성소로 취급되는 경기도 안성 '금수원' 수색에 참여한 검사에게 물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가.

▲최근 유병언과 이만희를 많이들 비교한다.

"옛날에 했던 걸 자꾸 말하기 그렇다. 이거 하나 말할 수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부에서 청해진해운 기업비리를 수사했고 7~8명이 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청해진해운이 배를 불법 증·개축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서 수사에 들어간 것인데 그런 부분(실소유주 비리)도 조사가 된 거다. 그때 유병언 혐의도 확인이 돼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유병언이 (검찰청에) 출석을 안 했다. 아예 연락을 안 받았다. 그러니까 법원에서 서류로 판단해 영장을 발부했다. 종교 문제로 검거한 게 아니다. 청해진해운의 '오너'(소유주)로서 기업비리에 연루됐던 거다."

▲당시 인천지검 수사가 유병언을 목표로 삼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유병언을 목표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세월호 불법 증·개축과 관련된 기업비리를 수사하다가 결국 (법적) 책임이 유병언으로 모였다. 유병언 영장이 들어간 게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다"

2014년 4월 20일 특수부를 중심으로 '선주회사 실소유주의 비리․한국해운조합비리 등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당시 인천지검 2차장검사)'을 구성한 인천지검은 그해 5월 12일 유 전 회장 아들 유대균씨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유 전 회장 구속영장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5월 22일 발부받았다.

▲세월호 불법증·개축은 인천지검이 아닌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 광주지검에서 수사하지 않았나. 

"배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적정하지 않은 배를 가지고 왔다, 그걸 불법 증·개축했다, 운영 과정에서 과적이 있었다, 이런 의혹이 제기돼서 (인천지검에서)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불법 증·개축은 사고 원인과 관련된 거니까 광주(지검)에서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해서 (인천지검에서) 구속된 사람 중 일부를 광주에서 조사한 거다. 그리고 유병언을 어디에서 조사할지는 아직 결론을 안 내린 상태였다. (인천지검에선) 불법 증·개축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게 초기부터 있었던 일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대검 형사부는 수사 방향을 크게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비리와 사고 원인, 두 갈래로 나누고 각각 인천지검 특별수사팀과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사건을 맡겼다. 광주지검은 유 전 회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세월호 불법 증·개축과 사상자 발생 책임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론이다. 수사 초기 인천지검에서 청해진해운 불법증·개축 역시 조사했다는 사실은 이제껏 알려진 바 없다.

▲인천지검에서 유병언 검거를 목표로 삼으면서 세월호 참사 책임을 개인화했다는 지적이 있다.

"(유병언은) 교주와 기업인이라는 이중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인천지검 수사는) 기업 운영 과정에서 문제를 삼은 거다. 종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래서 금수원을 압수수색할 때도 '종교 문제로 그런 게 아니다'라고 여러번 입장을 밝혔다. 압수수색할 때 저희(인천지검)가 되게 신중했다"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이 '유병언 검거 실패'로 물러난 뒤 수사 책임자로 임명된 강찬우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유병언 아들 유대균에게 공개적으로 자수를 권하지 않았나.

"자수라기보다, 수사를 하면 출석요구를 하게 되는데 전달 자체가 안 됐던 것이다"

지난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은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지 95일 만인 2014년 7월 24일 "유병언 회장을 체포해서 법정에 세워 사법적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100%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두 달 전인 그해 5월 25일 순천 별장 압수수색 당시 유 전 회장이 별장 내부 비밀공간에 숨어있었는데 놓쳤다는 사실이 드러난 까닭이다. 유 전 회장은 압수수색이 있은 지 19일 뒤 별장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김 총장은 강찬우(사진)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을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로 발령냈다. 강 부장은 발령 다음날 "유대균씨가 자수할 경우에는 부친이 사망하고 모친이 구속돼 있는 사정들을 최대한 참작하도록 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자수를 권고했다. 

▲지금과 그때가 상황이 다르다고 보나.

"글쎄. 그런 질문에 답하기가 곤란하다. 당시는 하여간 유병언은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기업가와 교단의 교주. 우리가 수사를 한 건 청해진 해운 기업비리와 관련됐던 거다. 그걸 한 거지 다른 걸 한 건 없다.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알지 않나"

2014년 구원파·유병언과 2020년 신천지·이만희를 비교하는 질문에 이 검사는 구체적 답변을 피하고 강제수사 대상에 오른 유 전 회장의 "이중적 지위"를 강조하며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알지 않나"라는 압축적인 답을 내놨다. 이 총회장은 종교적으로 의심스러운 교단의 교주일 뿐,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 알려왔습니다

유 전 회장 유가족 측은 19일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교주라는 교리를 가진 기독교 교단으로 고 유병언 전 회장이 교주로 추앙받은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끝. [위키리크스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