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소송 비용 충당?…대웅제약, 300억 자사주 매각

대웅제약 “R&D투자·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

2020-03-25     장원석 기자

대웅제약이 300억원 가량을 손해 보면서 자사주를 모회사 대웅에 매각했다. 대웅그룹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지주회사 대웅은 지난 24일 자회사 대웅제약의 주식 44만1,826주를 300억원에 사들였다. 대웅은 이번 주식 취득 목적은 '자회사 지분 확대'라고 설명했다. 자금 출처는 100% 자회사 대웅바이오의 기말 현금배당이다.

대웅제약은 주식을 판 300억원의 대금 중 100억은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취득에, 200억은 펙수프라잔과 'DWN12088(PRS 섬유증치료제)' 등의 신약과제 글로벌 임상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로 대웅그룹의 3개 계열사는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냈다. 지주회사인 대웅은 싼 값에 자회사 대웅제약의 지배력을 높였고, 대웅제약은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에 R&D 자금을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대웅제약 소송비와 신약 개발에 쓸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5% 내외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까지 얻어냈다.

다만 대웅제약이 자사주를 매각한 시점이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판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웅은 이번 대웅제약 주식을 이달 24일 기준으로 6만7,900원에 사들였으나 이는 지난 1월 2일 대웅제약의 주식값이 13만6,500원일 때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시점이다. 이로 인해 대웅제약은 자사주 판매 대금이 지난 1월 2일 기준으로 604억원일 수 있었지만 주가가 판토막이나 300억원에 팔 수 밖에 없었다. 대웅제약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정황을 유추해 볼 때 대웅제약의 자금 사정이 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대웅제약 측이 이번 자사주 판매로 수혈한 자금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 벌이고 있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관련 ITC(국제무역위원회) 재판에 쓰일 소송 비용을 내는데 주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혜린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는 ITC 소송비용 부담에 따른 타이트한 자금 상황과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한 금융시장 환경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R&D투자와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취득 등 앞으로 성장동력에 투자할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처분했다며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달라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