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코로나發 글로벌 '셧다운' 공포 현실화…유럽 이어 북·남미까지?

美 배터리·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 이어져 인도 봉쇄령 3주 연장에 삼성·LG 등 셧다운 장기화 불가피 재계, 비상경영체제 가동…이재용 부회장 "한계라 생각될 때 벽 넘어야"

2020-03-26     정예린 기자
이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셧다운(일시 폐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과 인도에 이어 북미와 남미까지 각국 정부가 잇따라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생산 기지 및 오프라인 매장 운영 중단, 임직원 자택 격리 조치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태 장기화 전망까지 더해져 기업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 배터리, 자동차 등 전 산업군에 걸쳐 해외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선, 유럽에서는 TV와 완성차 공장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삼성전자가 슬로바키아 TV 공장과 헝가리 TV 공장 가동을 이달 말까지 일시 중단한다. 통상적으로 동유럽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북유럽을 포함한 유럽 전체 수요를 책임지는 구조인데, 전 세계 TV 시장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유럽 내 생산기지 2곳이 모두 올스톱되면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의 건강을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당장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현대차의 체코 공장과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을 내달 3일까지 2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벤츠,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연이어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한국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 업계도 셧다운에 들어갔다. 

이 외에도 유럽에는 삼성전자의 폴란드 가전공장, LG전자의 폴란드 TV 공장이 있다. 또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주요 기지 등도 있어 셧다운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미 삼성전자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는 헝가리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공장이 있는 지역이다. LG화학도 폴란드에 공장을 두고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기아차의

북미와 남미에서도 생산 기지 셧다운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각 주의 주지사들이 연이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stay at home(집에 머물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기업들도 지자체의 지침에 맞춰 필수 인력을 제외한 임직원들을 자가 격리시키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이날 미국 미시간주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SDI와 LG화학은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공장 가동을 내달 13일까지 3주간 전면 중단키로 했다. 이들은 각각 배터리 팩과 배터리 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오는 31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미국 조지아에 있는 기아차의 공장도 오는 30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체험 매장을 지난주부터 폐쇄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한 제품 판매만 실시하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세탁기와 반도체(파운드리) 공장의 경우 현재까지 가동을 중단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현대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는다. 

삼성전자는 브라질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현지 전역의 오프라인 매장도 일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내수용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생산하는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 위치한 공장을 오는 29일까지 가동 중단한다. 

또 삼성전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중남미 총괄법인, 브라질 판매법인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다만 상파울루 주에 있는 캄피나스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의 지침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회사가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라며 “마나우스 현지 상황이 캄피나스보다 심각한 것으로 파악돼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4일 브라질로 약 한 달 동안 출장을 다녀온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 무선사업부 소속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귀국 후 자택 대기 중 확진 판정을 받아 별도 사업장 폐쇄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중남미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멕시코에 TV, 가전 등의 중남미 중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가운데 현지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이들 회사는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철저한 방역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도를

인도의 경우에는 봉쇄령이 3주 연장됨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국민연설을 통해 “21일 동안 전국에 봉쇄령을 발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과 첸나이 생활가전 공장 가동을 각각 25일과 31일까지 중단하기로 했고, LG전자도 노이다와 푸네에 위치한 가전·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이달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현대차는 첸나이 공장을, 기아차는 안드라프라데시 공장을 이달 31일까지 셧다운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정부 지침에 따라 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은 앞다퉈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검토하는 한편 각 기업 오너들은 현장경영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현장을 찾아 차세대 미래기술을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이 부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다. 한계에 부딪쳤다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23일 ‘경영 현안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한 데 이어 24일 화상회의로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참석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SK가 짜놓은 안전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시간”이라고 당부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