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대협, 생존자 복지후원비 '이미경 의원' 개인계좌로 받아

2002~2006년, 생존자 복지비 '이미경 계좌' 사용 박물관 건립비·쉼터·도서출판비 후원은 단체 명의 정대협 총무 출신 이미경은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윤미향 "할머니 기금 실무 책임자가 이미경 의원" 

2020-05-21     윤여진 기자

정의기억연대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조직에 몸담았던 현역 국회의원 개인계좌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복지비를 모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정대협 소식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소식'(2002~2006)에 따르면 이 단체는 최소 5년간 '생존자복지후원'에 조흥은행(옛 신한은행) 계좌(325-01-***299)를 사용했다. 후원금액은 매달 1구좌당 1만원으로 계좌 명의는 이미경(사진)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확인됐다.

정의기억연대

지난 2017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이 전 의원은 정대협에서 총무와 홍보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통합민주당 전국구의원에 당선되면서 정대협을 나왔다. 정대협이 이 전 의원 계좌를 통해 할머니 후원비를 받을 때는 재선(2002~2004)과 3선(2004~2006) 현역 의원 신분이었다.

이 전 의원이 정대협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계좌가 후원비 조성 통로로 사용된 건 '정대협의 후원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대협과 후신인 정의연에서 각각 상임대표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국회의원 당선인은 2012년 12월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92년에 정대협은 '정신대할머니생활기금모금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한다. 그 실무책임을 맡았던 분이 지금 국회의원인 이미경 당시 정대협 총무셨다"고 적은 바 있다. 기금 모금을 처음 진행할 때 실무자였던 이 전 의원 계좌를 정대협이 관행상 계속 이용한 것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복지비와 달리 다른 사업들은 정대협 명의 단체계좌가 쓰였다. 소식지를 보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 후원'에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예금주인 조흥은행·국민은행·농협 계좌가 사용됐다. 출판물 제작비가 포함되는 '운영비 후원'과 '쉼터 후원'에는 각기 다른 조흥은행 계좌가 공지됐다.

정대협과 정의연에서 모두 생존자복지팀에서 일한 류지형 활동가는 "해당 계좌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사용된) 생존자복지 통장"이라며 "1992년 당시 정대협 총무를 맡고 있던 이미경 의원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류 활동가는 또 "1993년 금융실명제 이전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이 정대협을 나와 국회로 진출한 이후에도 같은 계좌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선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해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류 활동가는 차명계좌 사용을 금지한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에도 다른 후원과는 달리 계속 이 전 의원 개인계좌를 이용한 점은 설명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