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귀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 전혀 없다"... 재계 "검찰, 코로나 위기 상황 감안해야"

2020-05-27     정예린 기자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17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27일 오전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8시30분께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이날 오전 1시 30분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해왔다.

검찰은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어떤 지시·보고를 주고받았는지 캐물었고, 이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소환조사 여부와 일정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그동안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법처리 대상을 정리할 방침이다. 의사 결정에 깊이 관여한 전·현직 임원을 선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일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작년 5월과 7월 두 차례 김태한(63)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삼성과 이 부회장은 앞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삼성전자 노조 와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다스 소송비용 대납’ 등 혐의로 4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부분에 대한 의혹까지 검찰이 기소하게 되면 삼성과 이 부회장은 상당한 사법 리스크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 부회장의 ‘뉴삼성’ 비전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최근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고, 코로나19 위험 속에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21일엔 경기 평택에 약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 세계적인 소비수요 둔화에다 코로나19 위기까지 맞물리면서 전세계 기업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나 신제품 출시 등의 경영적 판단이 조금만 늦어져도 추격이 어려운 환경이 된 오늘날 총수가 수사와 재판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신속한 경영 결단을 내리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는 "한국경제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 부회장을 무리하기 기소해 국내 기업 전반의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정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