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분양 광고 '딱 걸린다'... 개정된 주택법 11일 시행

2020-06-10     최정미 기자
분양

'인근에 지하철 연장이 추진되고 호수공원이 들어서는 최고급 주거단지…'

이와 같은 화려한 광고에 속아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광고에서 약속받은 지하철은 소식이 없고 공원도 나무 몇그루 심어놓은 공터 수준이라면 억장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건설사나 시행사 등이 아파트 등 주택을 분양할 때 이와 같은 과장광고를 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사 등 주택 공급업자가 도로나 철도,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한 분양 광고를 하면 지방자치단체에 광고 사본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주택법이 11일 시행된다.

개정안은 국회에서 2016년 10월 발의됐지만 작년 11월에야 처리됐고 이후 6개월의 경과기간을 거쳐 이제야 시행되게 됐다.

건설사와 시행사 등 주택 공급 주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기반시설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분양광고를 하면 지자체에 광고의 사본을 제출하고, 지자체는 사용검사일부터 2년 이상 이를 보관해야 한다.

입주자가 광고 사본의 열람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공개해야 한다.

광고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광고와 표시다. 신문, 인터넷신문, 잡지, 방송 등 거의 모든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물이 대상이다.

건설사 등이 광고 사본을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지자체는 광고 사본 제출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거부했을 때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재도 주택 공급과 관련한 허위·과장광고(표시광고법 위반)로 처벌받은 사업자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아파트 분양 광고까지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등이 일일이 조사하고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뻥튀기 광고로 피해를 본 수분양자들은 소송 외엔 딱히 방법이 없고 이때 분양 당시 광고 내용 등을 증빙해야 하는데, 광고 후 수년이 지나고 나서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지자체가 2년간 광고 사본을 보관하게 함으로써 건설사 등의 허위·과장 분양 광고에 대한 소송 등 수분양자들의 대응을 쉽게 한다는 취지다.

물론 지자체가 광고 사본을 보관하고 있으면 공정위 등이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분양 광고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것도 한결 쉬워질 수 있다.

건설사 등이 아파트 등을 분양하면서 제시하는 지하철이나 도로, 다리 등 기반시설과 관련한 무책임한 장밋빛 광고는 입주자와 큰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앞서 2015년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분양자들이 '제3 연륙교 개통 예정' 등 기반시설과 관련한 허위 분양광고에 속아 피해를 봤다고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된 주택법이 시행되면 건설사 등의 무분별한 허위·과장 분양 광고 관행이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