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쉼터소장 돈세탁설' 밝힌다... 길원옥 할머니 아들 부부 16일 면담

'길 할머니 가족이 돈 요구' 정의연 주장에 '목사 양아들' "37년 동안 남 해코지한 적 없어"

2020-06-15     윤여진 기자
지난해

지난 6일 숨진 정의기억연대 쉼터 소장 고(故) 손영미씨 사인을 조사 중인 경찰이 고인의 '돈세탁'을 주장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가족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다. 

<위키리크스한국> 취재 결과 경기 파주경찰서 형사과는 오는 16일 인천 연수구에서 길 할머니와 함께 거주 중인 양아들 황선희 목사 부부를 상대로 면담 형태의 방문조사를 진행한다. 손씨와 함께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머물던 길 할머니는 지난 11일 거처를 황 목사 자택으로 옮겼다. 길 할머니가 갓난아기 때부터 직접 키운 황 목사는 최근 호적에도 올랐다.       

경찰은 손씨가 사망 며칠 전 황 목사 딸로부터 연락을 받은 점에 주목한다. 타살 혐의점이 없는 점에서 손씨가 자살에 이른 이유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소견에 따르면 손씨 주검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자해 흔적들이 발견됐다. 

야권에선 황 목사 가족에게서 '할머니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빠져나간 내역을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은 손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황 목사 딸은 손씨가 숨지기 며칠 전 "바르게 해야 한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황 목사 가족 주장은 길 할머니 계좌에서 손씨가 관리하는 계좌로 돈이 이체된 흔적이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길 할머니 명의 계좌엔 2017년 시민성금으로 받은 1억원, 매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생활안정자금(147만원), 간병비(152만원)가 예치돼 있었는데, 일부가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15일 연수구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난 황 목사는 "나는 가난한 목사다. 37년간 목회를 하면서 누구를 함부로 해코지 해본 적이 없다"며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한 뒤 손씨가 어머니 통장을 처음 보여줬다. 그전까진 어머니 통장이 몇개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진보매체'라고 표현하며 잘못된 사실관계 전해진 것을 문제삼았다. 앞서 <한겨레신문>은 지난 13일 "남은 5000만원 가운데 2000만원을 길 할머니의 가족에게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5000만원은 성금 1억원에서 '길원옥 여성평화상' 기금 명목으로 정의연에 기부된 5000만원을 뺀 나머지를 말한다. 

황 목사는 "나와 가족들이 정의연에 어머니 돈을 요구했다는 정의연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이런 일(정의연 회계 논란)이 터지고 나서야 손 소장이 어머니 통장을 보여줬다. 그런 뒤 어머니가 나와 누님에게 1000만원씩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정의연 사태'가 터진 뒤 길 할머니 통장이 가족에게 공개되면서 어머니가 자녀에게 돈을 준 것인데, 마치 가족이 먼저 돈을 요구한 것처럼 묘사됐다는 것이다. 

길원옥

앞서 손씨 사망 다음날인 7일 고인 죽음을 전한 <중앙일보> 네이버 기사엔 "저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은행계좌에다가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해온 걸 알게 돼서, 그 금액을 쓴 내역을 알려달라 했다. 그랬더니 저런 선택을..."이란 댓글(사진)이 달렸다. <조선일보>는 12일 기사에서 이 댓글 작성자는 자신의 딸이며 댓글 내용도 사실이라는 길 할머니 며느리를 인터뷰했다. 

정의연은 황 목사 가족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익명의 정의연 관계자는 해당 <조선일보> 기사에서 "길 할머니 아들이 소장님에게 접근해 돈을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황 목사 가족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그 근거로 손씨가 증거자료를 보관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길 할머니 계좌 이체 내역과 손씨가 보관해놨다는 증거자료 공개를 요구한 상태다.

[위키리크스한국=인천=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