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뉴딜펀드, 혈세로 손실 메운다? 관제펀드·포퓰리즘 논란에 정부 '진땀'

2020-09-05     최종원 기자
홍남기

한국판 뉴딜 사업에 투입할 원금보장 성격의 정부주도 펀드가 내년에 출시된다. 특히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하는 뉴딜 사업에 시중 유동성을 끌어들여 재정부담도 덜고 사업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세금으로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비판과 함께 펀드 투자처가 될 기업과 사업의 실체가 모호해 과거 관제펀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정권이 국민 돈을 모아 중장기 사업을 벌여 놓으면 차기 정권이 뒷감당을 해야 하거나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정부가 "사업 구체성과 측면에서 과거 펀드와 차별화된다"며 해명에 나섰다.

▷ 원금 보장 위해 혈세 투입? "손실 35% 수준까지 커버"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뉴딜 펀드 조성 및 뉴딜 금융 지원 방안'에 따르면 뉴딜 펀드는 향후 5년간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35%인 7조원을 정부·산업은행·성장사다리펀드가 출자해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나머지 13조원은 은행·연기금 등 민간자금을 매칭해 자(子)펀드를 만드는 구조다. 이 자펀드를 통해 뉴딜 관련 기업, 프로젝트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7조원의 모펀드는 자펀드의 후순위 출자자 역할을 맡는다. 만약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 7조원 내에서 손실을 우선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발표 이후 투자 손실을 국민 '혈세'로 메운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입장을 변경했다. 기획재정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재정의 우선적인 부담비율은 10% 수준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원금 보장'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처음 발표할 당시 '원금 보장과 연 3%대 수익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투자 상품에서 손실이 날 경우 이를 보전해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자, 정부는 한 발 물러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와 정책금융이 평균적으로 35% 정도를 커버해주기 때문에 즉, 투자를 해서 손실이 35% 날 때까지는 이 35% 손실을 다 흡수한다는 얘기"라며 "수익률의 경우 국고채 이자보다는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 예금 이자는 연 0.8%, 국고채가 3년이 0.923%, 10년이 1.539% 수준이다.

예컨데 1000억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자펀드에 정부와 정책금융이 350억원을 출자한 경우, 30%의 손실이 나더라도 재정에서 먼저 손실분을 차감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650억원 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은 위원장과 홍 부총리는 "정부가 커버하는 것이 꼭 35%인 것은 아니며 자펀드의 성격에 따라 20%가 될 수 있고, 어떤 것은 40%가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한 예시로 장기투자가 필요하고 투자위험이 높은 '그린에너지 펀드'에는 민간자금이 60%, 정책자금이 40% 투입되며, 중기투자이면서 투자위험이 중간 정도인 '스마트물류 펀드'는 민간자금 70%, 정책자금이 30%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단기투자이며 투자위험이 낮은 '이차전지 펀드'에는 개인투자를 선순위로 민간자금 85%, 정책자금이 15% 투입된다.

▷ 포퓰리즘·관치금융 비판에 "사실과 다르다" 해명

손실이 날 경우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에 기재부는 "재정의 우선 부담 비율은 10% 수준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며 "뉴딜 사업 성격에 따라 추가적인 위험 부담이 필요한 경우 정책금융기관과의 협의 아래 7조원의 정책 자금 범위 안에서 구체적인 분담 비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금융지주회사들이 향후 5년간 약 70조원을 뉴딜 분야에 투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금융권의 팔을 비틀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유동성이 늘어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뉴딜 분야를 '수동적 지원 대상'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들이 발표 중인 뉴딜 분야 투자 계획은 자체적인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상황에서 뉴딜펀드도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모두 자기 책임 아래 투자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재정 등이 후순위를 부담한다는 등의 측면에서 위험분담 장치가 전혀 없는 사모펀드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