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민법 개정해 모든 형태의 아동 체벌 금지해야"

2020-09-09     이가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법무부장관에 표명했다.

인권위는 9일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를 명확히 하고 아동학대 금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민법에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때로부터 개정 없이 유지된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아동학대 가해자인 친권자의 법적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조항이기도 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2018년 아동학대 사건은 약 8만7천여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 기간 학대로 숨진 아동은 13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아동학대 범죄행위의 위법성이나 고의성을 부정하는 사유로 적시되고 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일반·보편적 성격의 법률인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면 아동인권 보호를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향후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법체계적 측면에서도 민법 제915조를 삭제할 경우 친권자의 자녀 체벌을 금지한 아동복지법·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등 관계 법령과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 법률 해석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려는 움직임은 국회와 법무부에서도 이미 나왔다. 인권위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유사한 개정안이 4건 발의됐고, 법무부도 제915조 삭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징계권을 삭제하는 대신 '친권자가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등의 문구를 민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몇몇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긍정적 훈육은 반드시 법률로 규정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권리가 아니며 민법 제913조에는 자녀 보호·교양 권리가 이미 규정돼있다"며 "별도로 '필요한 훈육' 문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 가능한 수준의 친권 행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