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79) 전두환, 레이건 정부에 호헌지지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다

2020-09-16     특별취재팀
청와대

전두환 정권의 수뇌부는 김대중의 귀국이 2.12 총선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전 정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총선 전에 김대중의 귀국을 막으려 했다. 한국정부의 요청을 받은 미국 정부도 김대중에게 총선 후 귀국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대중의 의지가 워낙 강력한데다 미 정치권 내 김대중 우호 정치인들의 강력한 견제 때문에 미국 정부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미 행정부는 한국이 요청한 4월 ‘방미 정상회담 카드’와 김대중 안전 귀국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2차 워싱턴 방문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정권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려 했다.

1985년 당시는 전두환 정권의 대통령 간선제와 7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5공화국 헌법에 대한 개헌 요구가 거세지고 있었다.

이에 전 정권은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에 '호헌'(護憲, 5공 헌법 수호) 공개 지지 표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1985년

전 대통령 측은 4월 24~28일 방미를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 후 언론 발표 과정에서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호헌에 대한 공개 지지 표명을 해줄 것을 미국 측에 집요하게 요청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요청은 '2.12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급부상한 신민당 돌풍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거세진 시점에 나온 것이다.

같은 해 4월 초 양국 정상간 언론발표문(press remarks) 교섭에 들어간 우리 정부는 레이건 대통령이 발표할 문안에 전 대통령의 '헌정수호 결의'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을 종용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은 4월 12일 주한 미국대사와의 오찬에서 직접 '헌법 수호를 통한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대해 레이건 대통령이 확고하게 지지하는 성명을 해 주기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4월 25일 저녁 미국 현지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동에서도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이원경 당시 외무장관은 전 전 대통령이 헌정질서 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거듭 지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배석한 폴 월포위츠 국무부 당시 동아태 차관보는 "한국 내에서 헌법 개정 문제가 정치 문제화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미국이 이 문제를 언급하면 한국의 국내 정치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전두환

결국, 최종 발표문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헌법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한 제반 조치를 지지하고,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하겠다는 평화적 정권교체 공약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차 강조"하는 선에서 타결됐다.

같은 해 10월. 노신영 당시 국무총리는 미국 의회를 방문했다. 노 총리는 하원 외교위원회 간담회에서 미국 의원들의 정치발전 및 인권 관련 질문에 "김치와 콩나물국을 먹는 한국인에게 매일 치즈와 버터, 우유를 먹도록 강요한다면 소화를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1985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호헌지지’ 선언 삽입에 실패한 전 정권은 이후로도 지치지않고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호헌지지를 촉구했던 것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