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때 노젓자”..제약·바이오 하반기 유상증자 10곳 넘어

2020-09-17     장원석 기자

하반기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10여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을 때 증자를 해야 자본을 쉽게 조달하고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지난달 유상증자 결정 공시 건수는 모두 102건에 달했다. 전달 64건, 작년 같은 기간 54건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증자란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다. 자본금은 액면가와 발행 주식수을 곱한 것으로 산출되는데 자본금을 늘리려면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한다. 이때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주주들에게 돈 받고 팔면 유상증자이고 공짜로 나눠주면 무상증자라고 한다.

실적 악화로 고전하는 자동차 부품과 항공, 패션, 도·소매 등 경기 민감 업종 기업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유상증자로 현금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중견기업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동성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은 제약 바이오 섹터도 마찬가지다. 제약 바이오 기업의 유상증자는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늘어나 7월 1일 이후 총 11곳의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눈길을 끄는 기업은 메디톡스와 진원생명과학이다. 메디톡스가 1,700억원을 유상증자해 채무상환·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고 진원생명과학도 운영자금으로 760억원을 모집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증자는 상반기에는 무상증자가 대세였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유상증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경기가 부진해 자금난이 심화됐고,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해 이 기회를 틈타 유상증자를 하는 제약 바이오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목적은 주로 채무상환이나 신약개발과 새로운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유상증자에 대한 관심은 지난 6월경부터 높아진 IPO 열기와 함께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유상증자를 하면 대부분 주가가 떨어진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