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키워야 하는데…' LG화학, 개미 반발에 '진땀'

분사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 "배신당했다"…주가 폭락 야기 당황한 LG화학 "절대적 지분율 보유, 집중 성장 계기될 것" 증권업계 역시 "제대로 된 가치 반영될 수도" 긍정적 분석

2020-09-18     박영근 기자
[사진=LG화학]

LG화학이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인 배터리 사업 분사를 확정시킨 가운데,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팥소 없는 찐빵'이란 비유를 들며 LG화학의 이같은 결정에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물적분할을 통해 집중 성장을 진행하려던 LG화학은 예상치 못한 반발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7일 LG화학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는 전지사업부를 분사해 오는 12월1일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신설한다는 안건을 승인했다. 신설법인은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소속되는 물적분할 형식으로 이뤄지며, 향후 IPO 등을 통해 배터리 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화학의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오후 1시 기준 LG화학의 주가는 급격히 고꾸라졌다. 전 거래일 대비 8.15%(5만6000원) 떨어진 63만1000원에 거래됐다. 전일 5% 급락에 이어 물적분할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이틀새 13%의 주가가 빠진 셈이다. 3~4위를 오가던 시가총액 순위도 5위까지 추락했다. 

LG화학의 주가 폭락의 주된 이유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있었다. 이들은 LG화학의 결정에 "배신 당했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그간 LG화학이 아닌 배터리를 믿고 투자했는데, 투자자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알짜만 쏙 빼간 것은 기존 주주들의 신뢰를 져버린 행위였다는 것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배터리 없는 LG화학은 '팥소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라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책임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LG화학은 "IPO를 바로 추진하더라도 1년 가량 소요되며 비중은 20~30%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LG화학은 "LG화학이 절대적 지분율을 보유할 것이며, 오히려 물적분할 법인의 집중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존속법인인 LG화학의 주주가치에도 당연히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LG화학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은 그간 배터리 사업에 가려진 석유화학사업과 첨단 소재사업, 바이오사업에 온전한 투자와 운영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시장에서 LG화학의 주주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이번 분할은 배터리 신설법인의 성장과 발전, 추후 상장을 통한 평가가치 제고와 석유화학·첨댄소재·바이오의 투자 확대를 위한 성장 전략이다"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역시 LG화학과 비슷한 시각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배터리 분사는 중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 및 평가가치 회복에 단연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배터리 사업 가치는 분사로 인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고, LG화학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IPO 및 글로벌 재무적투자자 유치 등을 실시할 경우, 배터리 사업은 현재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받을 것"이라면서 "여러 사업부와 혼재될 경우 저평가 받는 사례가 일반적이지만, 분사를 통해 제대로 된 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