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월드]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남은 기간 '1년'

온라인 청원운동 본격화…독일 각계서도 반발 움직임

2020-10-12     장은진 기자
지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철거 위기에 처했다.

12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계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따르면 베를린 미테구청은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碑文)을 설치해 독일과 일본 간의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소녀상 철거 소식이 알려지자 현재 시민단체부터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철거 반대 청원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베를린 소녀상의 설치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베를린 소녀상의 설치기한은 1년이다. 기한을 연장하려면 재심사를 통과해야하지만 해당기간 배를린 소녀상에게는 기회가 없다. 시민단체가 베를린 행정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본안 소송에 대한 법원 최종 판단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법적 다툼으로 상당 기간 소녀상을 그 자리에 둘 수는 있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이는 행정명령을 무효로 돌리더라도 마찬가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달 25일 관할 미테 구(區)의 허가를 얻어 거리에 맡고 베를린 미테구의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설치됐다. 소녀상이 설치될 당시에만 해도 기념해 제막식이 열리는 등 축제가 진행됐다.

하지만 설치 직후인 지난 1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직접 나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이코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도 베를린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 사건 이후로도 베를린 소녀상 철거를 위한 일본의 물밑작업은 계속됐다.

일본 외무성은 주로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와 관련한 경위와 일본의 입장 등을 거듭해서 설명했다. 또 소녀상의 제작비 등을 지원해온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미테구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테구청는 지난 7일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을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을 하고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베를린 소녀상 철거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독일 현지에서도 철거 반대 움직이 나타났다.

한국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철거 반대 청원이 진행 중이며 독일 현지 청원사이트에서도 철거 반대 청원운동이 시작됐다. 독일 현재 청원사이트의 경우 12일 오전 11시 기준 2564명이 서명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도 소녀상 철거 지시에 항의하며 독일 당국에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11일(현지시간) 전달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인 김소연씨는 페이스북에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을 상대로 한 공개편지를 통해 철거명령 철회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한을 통해 "구청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 측도 베를린 소녀상 사수에 나섰다.  코리아협의회는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을 뿐만 아니라 미테구청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설치 당시 비문 내용에 대한 제출 요청이 없었으며, 해당 비문의 경우 전쟁 상황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한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 생존자들의 경의를 표한 것이란 지적이다.

정의기억연대 또한 행동에 베를린 소녀상 지키기 행동에 돌입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유엔 표현의자유·여성폭력·문화권 특별보고관에게 서한을 보내는 한편 미테구청 주소와 전자우편 주소를 공개하며 ‘소녀상 철거 반대’ 편지·전자우편 보내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