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보완돼야" vs 정치권 "입법 강행"…기업규제 3법 팽팽한 '대립'

"외국계 자본 유입 우려…경영권 방어 보장해야" 與 "절충안 논의 없어"…양측 입장 차이만 확인 재계 "절박한 심정이지만…벽 보고 말하는 듯"

2020-10-16     정예린 기자
경제단체와

재계와 더불어민주당이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놓고 이틀 연속 릴레이 미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정기국회 내 입법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간담회 의미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연이어 간담회를 가지고 입장을 전달하고 있지만 마치 벽을 보고 말하는 기분”이라며 “경제계에서는 절박한 심정으로 입법 재고를 요청하고 있는데 여당은 이미 처리 방향을 정해놓고 재계 의견을 듣고만 있으니 합의점이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 싱크탱크와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민주당 TF(태스크포스)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같은 사안으로 두 차례 간담회를 가진 이후 세 번째 만남이다. 

간담회는 공개 인사말 직후 비공개로 전환돼 약 1시간 넘게 진행됐다. 

경제계에서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경제 연구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서 본부장급 임원들이 참석해 규제 3법 통과 시 발생할 문제점을 강조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확대, 정보교환행위 담합 추정 등 3가지 항목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와 관련해서는 해외 투기자본의 유입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영권 방어 불가로 인한 불확실성을 꼬집었다. 높아진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로 인해 다수의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있는 것 또한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경총 회장이 민주당 TF와 만나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은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박용만 회장은 “문제가 일부 기업들의 문제인지, 전체 기업의 문제인지, 기업들이 그동안 어떤 개선 노력을 해왔는지에 따라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병든 닭 몇 마리를 몰아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든 닭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강한 비유까지 던졌다. 이 같은 박 회장의 발언에는 규제 3법 통과 여부를 둘러싼 경제계의 절박한 심정이 담긴 셈이다. 

경제계와 여당은 지난 6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에 이어 이날까지 네 차례 간담회를 가졌지만 결국 이날도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했다. 개정안 완화를 주장하는 재계와 입법 방향 및 처리 시기를 못 박은 여당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간담회 직후 “(당과 경제계 간) 협상 절충안이 논의되지는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정부 입법안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기존 원안대로 강행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시사했다. 

다만 “정기국회 내 3법 입법이 사회적 합의 속에 잘 마무리되도록 경제계와 논의를 지속하고, 시민사회 및 전문가 간담회도 준비 중”이라며 타협 여지를 남겼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