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실손보험 시장 실패, 원인과 결과 알아도 치료 쉽지 않아”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서 2조원 이상 손실 기록...지속가능성 위기

2020-10-27     황양택 기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27일 실손의료보험 제도와 관련해 “재난 원인과 결과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치료가 쉽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보험연구원 주최로 진행된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공청회 개회사에서 안 원장은 “그간 보험산업은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건강 안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지난 한 해만 실손보험에서 2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년 영업손실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실손의료보험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국민건강보험이 사적 사회 안전망을 담당해온 실손보험의 시장 실패로 서비스 공급이 중단되고 지속가능성이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는 정부의 의료수가 통제가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병원 입장에서 첨단의료기술 등 고가의 진료를 필요 이상으로 제공할 유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손보험은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는 특성상 정부의 비대칭성이 크게 노출되는데 이는 역선택과 모럴헤저드를 수반한다”며 “실손보험이 이러한 문제를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오늘의 상황이 실손보험을 병들게 한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안 원장은 “소득향상과 고령화로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지급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며 “반면 실손보험이 자동차보험과 함께 국민보험을 대표하다 보니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보험사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사의 의료시장 예측 실패, 방만한 보장, 실적 경쟁과 느슨한 위험 관리가 누적된 재난”이라고 비판했다.

안 원장은 “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의료 수요는 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 재정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공보험에 대한 보완용으로 실손보험의 지속성 확보는 공익적 차원에서도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황양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