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진정성 있는 변화·보완 마련" vs "양형요소 안돼"…30일 결심 공판
삼성 준법위, "진정성 있는 변화·보완 마련" vs "양형요소 안돼"…30일 결심 공판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12.21 19:58
  • 수정 2020.12.2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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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측 "위원 평가 O,X로 못 나눠…종합적으로 봐야"
지적 사항 개정안 마련…이사회 거치는 등 선제적 조치
특검 "재판부 요구한 총수가 두려워할 정도인지 의문"
21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9차 공판 기일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21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9차 공판 기일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이 전문심리위원단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 활동에 대한 평가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2시 5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9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모두가 출석했다. 

재판부가 선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 특검팀이 지정한 홍순탁 회계사 등 3인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단은 지난 7일 열린 8차 공판기일에 직접 출석해 삼성 준법위 및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진술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4일 재판부에 총 83페이지 분량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 보고서는 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어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상태다. 

변호인과 특검 측은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에 대한 해석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특히 김경수 위원과 홍순탁 위원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 가운데 사실상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쥔 인물인 강일원 위원의 평가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했다. 

이 부회장 측은 강 위원과 김 위원의 경우 준법위가 최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등 강화된 준법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홍 위원은 삼성의 노력에 대해서는 전혀 평가하지 않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결론적으로 강일원 위원은 실효성에 대해서는 강화된 준법 활동을 하고 있어 최고 경영진의 위법 행위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고, 지속가능성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김경수 위원은 최고 경영진의 준법의지 등 3가지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고 경영진의 의지 등이 있으면 지속 운영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홍순탁 위원은 최고 경영진의 위법한 행위 등 리스크에 대한 방지책이 운영되지 않아 지속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며 “다만 홍순탁 위원의 평가를 보면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했는데, 강일원 위원과 김경수 위원과 달리 왜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기 어려운지, 다른 수단은 없는지 등에 대한 의견이 없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측은 “(전문심리위원단이) 지적사항과 보완할 사항도 함께 주셨지만 종합하면 적어도 삼성이 약속한 준법감시제도 내용이 허울 좋은 껍데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변화였고,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평가였다고 생각된다”며 “앞으로도 계속 보완하고, 특히 시민사회의 의견도 경청해 지속적으로 개선,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준법위에 대해서는 “준법위가 실효적으로 활동하도록 자율적으로 이사회에 의견 권고 및 제시, 자료 요구, 조치 및 시정 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이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준법위는 지난 8개월 동안 833건의 안건을 처리하면서 129개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고 조치가 이뤄졌다”며 “출범 후 한 달 만에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가지 의제를 설정해 피고인과 관계에서 개선 권고를 했고, 이재용은 4세 승계 포기 등 대국민 사과와 약속을 실시했으며 관계사도 기부금 열람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이행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부회장 측은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는 실행된 지 이제 10개월밖에 되지 않아 100% 완벽한 제도는 상정되기 어려워 위원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지적사항에 대한 의견을 기반으로 보완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문심리위원단은 ▲관계사가 협약 탈퇴 시 서면으로 가능한 점, 권고 불이행에 대한 후속 조치 등 준법위의 통제력 부족 ▲경영권 승계 관련 대안 마련 지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조치 미흡 등 크게 3가지에 사항에 대해 지적했다. 

우선 삼성은 관계사가 준법위의 권고 및 재권고 수용 여부를 결정할 때나 탈퇴를 결정할 때 각 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운영개정을 마련했다. 예산 및 인력 구성과 관련해 위원장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준법위의 활동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도 취했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준법위와 협약을 맺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관계사 대표이사가 김지형 준법위 위원장에 위원 추천권 보장 및 존중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이 부회장 측은 밝혔다. 

이 밖에 경영권 승계 관련 대안과 합병 사건에 대한 조치 등에 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담TF(태스크포스)를 마련하는 한편 보스턴 컨설팅사에 준법제도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전문심리위원단의 최종 보고서 내용 또한 컨설팅사에 송부하는 등 대응 체계를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 측은 전문심리위원들의 개별 점검 항목을 O, X 등으로 나눠 개수로 합산한 특검 측의 분석 방법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항목별로 중요도가 달라 동일한 가치를 부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원들 별로 평가 항목도 다르기 때문에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준법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은 점검 항목으로만 평가될 수 없으며, 실효성은 어느 부분에서 확인됐고, 미비한 점이 있다면 원인과 보완책은 무엇인지 등 전제 점검 및 평가 사항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원들의 평가를 칼로 자르듯 긍정과 부정 평가로 나눌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또 보완 방안에 대한 의견이 적혀있다고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며, 이를 기반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는 가능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역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 측은 총수인 이 부회장 관련 세부평가 9개 항목 중 강 위원과 김 위원이 각각 8개, 6개에 대해 사실상 미흡하다는 의견을, 홍 위원은 9개 모두가 미흡하다는 의견을 표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강 위원은 실효성 부분과 관련해 실효성이 있다는 점은 단정하지 못하고 종전보다 활동 강화됐다 평가하면서도 소극적 대응이 아쉬웠고 제도적 보완 필요하다 평가했다”며 “소극적 대응이 아쉽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정도의 제도가 재판부가 요청한 총수가 무서워할 정도의 제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위원은 모니터링 체계가 없다는 등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실효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평가했다”며 “반면 김 위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을 기반으로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없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를 기반으로 특검은 최종적으로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가 부정 의견 2개와 긍정 의견 1개로 나뉜다고 봤다. 강 위원의 의견을 유보라고 판단하더라도 1:1:1의 상황이므로 재판부가 요청한 그룹 총수도 두려워할 정도의 제도를 마련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피고인에 유리한 양형요소로 의미있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보다 진일보 했는지 여부가 아닌 재판부가 수차례 강조한 총수도 두려워할 정도의 실효성 및 지속가능성의 보장 여부가 존중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나 검증이 없는 이상 그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코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양형사유가 될 수 없다”며 "범행 후 오히려 진지한 반성이 부정되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이고 유리한 사유가 아닌 가중적 양형사유로 평가돼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특검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량 범위는 피고인 이재용에 대해서는 징역 5~16년 5월 사이, 피고인 최지성 등에는 징역 5~15년 9월 사이”라며 “즉 삼성 준법감시제의 실효성이 인정돼도 권고형량 범위인 징역 5년 이하의 형을 선고하는 사유는 될 수 없고, 이 구간 내에서의 형량을 정할 때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이복현 부장검사는 재판부와 또 날을 세우며 대립했다. 

재판부가 양측에 과거 삼성그룹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유형 평가와 방지 수단 등이 마련됐는지에 대한 석명 준비 명령을 내린 후 추가 기일 없이 최종 변론에서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을 듣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 부장검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몇 백명이 나온다고 5인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는 상황에서 막말로 졸속으로 집행유예 준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재판을 계속 이어간다는 데 우려가 있다”며 “또 변호인 측이 주장을 어떻게 할 지 모르는데 저희에게도 의견 진술 기회를 주셔야하는 하는거지 무리해서 재판을 굳이 하셔야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재판부가 언급하지 않은 말을 특검에서 자꾸 전제 조건으로 말하시는데 삼가해 달라”며 “집행유예라는 말이 왜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말을 왜 그렇게 하시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오는 24일 오전까지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을 제출하고 특검 측이 이를 검토한 뒤 양측은 관련 의견을 포함해 최종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결심 공판을 오는 30일 오후 2시 5분 열기로 했다. 이날 최종 변론을 듣고 이르면 내년 초 선고 공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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