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피 받아도 출석" 尹징계위원장 정한중, 그가 몸담은 과거사위는 '발언권 없음'
[단독] "기피 받아도 출석" 尹징계위원장 정한중, 그가 몸담은 과거사위는 '발언권 없음'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12.30 16:52
  • 수정 2020.12.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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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피신청받은 징계위원은 출석위원서 제외'
정한중·추미애 "출석 아닌 의결만 불참" 불복 시사
징계위원들 근무한 과거사위 '배제되면 관여 불가'
지난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월' 징계의결한 법무부 검사징계위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를 인정하고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2020.12.16
지난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월' 징계의결한 법무부 검사징계위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를 인정하고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2020.12.16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효력 정지에 징계위원장은 유감을 표했지만 그가 과거 몸담은 검찰과거사위는 법원 결정과 같은 취지 규정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인사는 과거사위 재직 당시 해당 규정 적용을 문제 삼지 않았는데 이번 법원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태도는 자가당착이란 비판이 나온다. 

30일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검찰과거사위원회 규정' 제10조 2항은 기피신청에 따른 위원회 의결 조항을 뒀다. 2017년 12월 12일 박상기 전전(前前) 장관 재직 당시 제정된 이 법무부 훈령은 '위원의 업무 배제' 경우로 진상조사 대상인 사건의 ▲관계인 ▲친족 ▲변호인 또는 대리인 ▲수사나 재판에 관여한 때로 정했다. 심의·의결에서 자동 제외되는 '제척'과 당사자가 스스로 빠지는 '회피'를 규정한 것이다. 같은 조 2항에서 '위원이 각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해석은 위원회의 의결로 결정한다"고 해 타인(他人)에 의한 배제인 '기피'도 정해뒀다. 과거사위는 이 규정을 근거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용산참사 사건' 변호인이던 김용민 현 민주당 의원과 송상교 변호사에게 회의 자리는 내줬지만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회의를 여는 '개의'에는 들었지만 안건을 토의하는 '심의'에는 빠진 것이다.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있는 '옵서버'보다 못한 신세였던 셈이다. 

지난 26일 윤 총장에게 '정직 2월'을 의결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절차를 정한 검사징계법에도 과거사위처럼 비슷한 조항이 있다. 해당 법률 제17조 3항은 제척·기피 사유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징계혐의자의 기피신청을 보장했다. 4항은 "기피신청이 있을 때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면서 마찬가지로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번에 법원은 '기피신청 대상은 참여하지 못한다' 범위에 의결뿐 아니라 심의도 포함된다 해석했다. 

이번 징계의결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으로부터 새롭게 외부위원으로 위촉돼 위원장 직무대리가 된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원장도 과거사위 위원 중 한 명이었다. 과거사위에서 위원장 권한대행까지 한 정 원장은 그때는 이 규정 관련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낸 바 없다. 그런데도 당시 과거사위 운영과 같은 방향으로 결정문을 내놓은 법원엔 강한 불복 의사를 드러냈다. 

정 원장은 지난 26일 본인 페이스북 계정에 "이번 행정법원 재판부 결정에 심히 유감"이라며 "기피신청받은 자도 기피절차에 출석할 수 있지만 의결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틀 전인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재적위원의 과반수가 되지 않는 3인으로만 기피의결하였다"며 기피의결과 징계의결을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징계위 재적위원은 7명인 까닭에 기피는 최소 4명이 참석해야 하는데 기피 대상은 '당연 불출석'으로 봐 3명이 참석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징계위와 달리 판단한 결과다. 

이번 징계위는 징계위원 상당수가 빠져 윤 총장 측은 "7명을 모두 채워달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조계로부터 '부실 징계'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추 장관은 징계청구권자로 제척됐고, 외부위원 3명 가운데 최태형 변호사는 회의에 불참했다. 이중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중 1명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10일 1차 심문기일에 출석해 자진 회피했다. 때문에 이달 15일에 열린 2차 심문 땐 정 원장과 과거사위 간사였던 당연직 이용구 법무차관, 추 장관이 함께 검사 몫으로 지목한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외부위원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4명으로만 회의가 열렸다. 이날 정 원장과 신 부장은 기피를 당했으면서도 서로의 의결엔 참여했다. 결과는 모두 3명 찬성에 의한 '기피부결'이었다. 

문제는 법원 결정과 달리 징계위는 기피신청을 받는 위원 역시 '기피심의'에는 출석한 것으로 계산했다는 점이다. 퇴장 전에 본인 진술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법 문언(文言)이 '심의와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가 아니라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로 돼 있는 것도 근거로 제시됐다. 반면 윤 총장 측은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면 그 전 단계인 심의에도 참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반론을 폈다. 퇴장 전 의견 진술은 기피 결정을 앞둔 사람이 소명 기회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법원은 윤 총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15일 기피심의는 의사(議事)정족수인 4명에 1명 부족한 3명으로 심의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기피신청을 받은 자가 참석한 징계의결은 무효'라는 1999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징계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을 제외하면 징계의결의 의사정족수에 미달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정 원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과거사위에서 업무배제된 위원이 "출석은 하고 있었는데 (회의에서) 말은 안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때는 (기피신청받는 사람을 의사정족수에 빼느냐가) 문제 안 됐다. 그것 빼도 정족수가 됐으니까"라고 답했다. 또 "기피신청이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 규정과 검사징계법 모두 업무배제 범위를 문언상 '의결'로만 제한했지만 실무에선 같은 이치로 '발언권 없음' '퇴장'으로 적용한 것엔, '회피·제척과 기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 원장은 "회피한다는 건 기피결정이 난 것으로 기피신청만 받은 것만으로는 다르다"고 말했다. 기피는 심의와 의결 과정을 구분해서 한다는 취지다. 그 근거로 "(징계위에서 기피당한 위원들이 출석하고, 발언하고, 퇴장했는데, 자기 의견을 이야기한 건 일종의 심의 참여"라고 했다. 그는 추 장관이 29일 본인 페이스북에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의결에만 참여하지 못할 뿐"이라고 적은 것엔 "똑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이 글에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즉시항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부 검토 문건을 첨부하며 불복 의사를 드러냈으나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당일인 30일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한 법무부장관으로서 국민들께 큰 혼란을 끼쳐 드려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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