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경찰도 수사를 끝낸다' 밑그림 그린 박범계 끝내 법무장관에
[WIKI 프리즘] '경찰도 수사를 끝낸다' 밑그림 그린 박범계 끝내 법무장관에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1.07 15:35
  • 수정 2021.01.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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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2년 전 형사소송법 개정안 대표발의
검찰송치 前 사법경찰이 수사종결 첫 개념화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경찰관이 검찰에 송치하지 아니하고 종결한 사건"

정확하게 2년 전인 2018년 1월 8일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나오는 문구다. 이른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인정하는 '검찰 불(不)송치(넘긴다)' 결정은 이렇게 등장했다. 물론 박 후보자 이전에도 같은 당 표창원 당시 의원(2017년 1월)과 바른미래당 이동섭 당시 의원(2017년 9월)은 개정안에서 '수사종결'을 썼다. 하지만 둘 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큰 전제를 세우고 '수사는 경찰이 한다'는 선언을 세운 것이었다. 반면 박 후보자는 '수사는 검경(檢警)이 한다'는 제1원칙을 지키면서 '경찰도 검찰처럼 수사를 끝낸다'는 제2원칙을 보탰다. 

다만 박 후보자가 기초그림을 그린 수사종결권은 검경수사권 조정이 완료된 지금만큼이나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박 후보자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 조항에 "사법경찰관이 검찰에 송치하지 아니하고 종결한 사건 가운데 사건관계인의 이의제기가 있는 사건"을 단순히 추가하는 구조였다. 해석하면 자연스럽게 '사법경찰관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수 있다' 결론이 따라온다. 다만 '사건관계인이 이의하면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는 예외도 붙는다. 올해 도입하는 '경찰 불송치 결정에 고소인 등 이의제기'와 같다. 박 후보자는 또 "검사는 공소제기 또는 유지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했다. 먼저 것이 '불송치 후 재수사'라면 나중 것은 '송치 후 보완수사'다. 역시 새로 생긴 규정이다. 

박 후보자는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법무부·청와대와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었다. 그런데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두 장관은 약 6개월 후인 2018년 6월 21일 서명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은 박 후보자 생각 두 가지를 담았다. 하나, 사법경찰관의 검찰송치 전후로 1차 수사와 2차 수사를 나눈다. 둘, 1차 수사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사라지고 사법경찰관의 수사종결권이 생긴다. 문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지 않는 형사사법체계에서 기소권이 없는 경찰이 수사를 끝낸다는 이 구상은 이전에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학자들은 사건종결을 수사권이 아닌 기소권 영역으로 분류해왔다. 그해 1월 학자 출신 박상기 법무장관이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만나 '중국식 공안 제도 아닌가'(본지 2019년 8월 28일 자 보도 '[단독] 조국의 '검경수사권 조정안' 박상기 "중국 공안제도 아니냐" 반대했다' 기사)라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자격으로 합의문 성안을 중재한 조국 전 장관은 2019년 9월 2일 기자회견에서 "박상기 장관이 말한 게 아니라 검찰 내 일부 의견"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박 후보자가 이번 정부 네 번째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는 점에서 2년 전 '사전교감 없음'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한다면 그는 결국 스스로 초안을 잡은 대로 법무행정을 주관하게 된다. 당시 개정안은 의원입법이었지만 사실상 정부입법이었던 셈이다. 과제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을 현실에 얼마만큼 녹일 수 있느냐에 있다. 대표적으로 검사 '요구'로 사법경찰관이 하는 보완수사와 검사 '요청'으로 사법경찰관이 하는 '재수사' 요건인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과 '불송치가 위법·부당한 때'를 검경이 합의하지 못한다면 선택지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박 후보자는 수사 경험이 없다. 검찰 처분에 정치적 책임을 지는 법무부를 2012년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서 감독했을 뿐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경력은 검찰보단 법원 업무와 관련 있었다. 청와대는 "법원, 정부, 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식견"을 높이 평가했지만 여기에 '검찰'과 '검사'는 없다.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준비팀 사무실을 추미애 전 장관과 달리 검찰 청사에 차린 것도 본인의 약점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민정수석으로 부장검사 출신이지만 윤석열 총장 한참 선배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자가 청와대 내정 발표에 기자들에게 처음 꺼낸 말이 "부족한 사람이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어깨가 참 무겁다"는 흔한 정치인의 수사(修辭)가 아닐지 모른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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