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2021년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는 '요구' 재수사는 '요청'
[WIKI 프리즘] 2021년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는 '요구' 재수사는 '요청'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1.08 10:37
  • 수정 2021.01.08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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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1월 1일부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검찰송치 사건 '정당 이유' 보완수사 요구
불송치결정 '위법·부당' 조건 재수사 요청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검사는 2021년부터 사법경찰관에게 검찰송치 전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사진=연합뉴스]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사진=연합뉴스]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사법경찰관은 2021년부터 불송치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수사종결권을 가진다. [사진=연합뉴스]

"받아야 할 것을 필요에 의하여 달라고 청함"

"필요한 어떤 일이나 행동을 청함"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요구'와 '요청'을 각각 찾으면 나오는 뜻풀이다. 청하는 쪽에 권한이나 권리가 있으면 요구이고, 없으면 요청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과 제정 시행령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재수사를 요청한다고 규정한다.

보완수사와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말하는데 그 행동을 담은 말을 요구와 요청으로 구분한 건 무게감 차이때문이다. 보완수사는 경찰이 검찰에 '넘기는' 송치 사건에서 사법경찰관이 추가 수사하는 걸 말한다. 반면 재수사는 경찰이 검찰에게 '넘기지 않는' 불(不)송치 사건에서 사법경찰관이 다시 수사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1차 수사에 한해 수사종결권을 가지는 사법경찰관은 기존의 검사처럼 형사처분을 뜻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시행령 제51조 1항은 "사법경찰관은 사건을 수사한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정한 까닭이다. 이때 대표적인 두 결정이 '검찰송치'와 '불송치'다. 불송치 앞에는 '검찰'이 붙지 않는다. 말 그대로 송치 여부에선 경찰이 최종 결정권자인 셈이다. 

다만 검사는 일정한 요건에서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형소법 제197조의2는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와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 결정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를 해당 사유로 정했다. 일단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면 이전처럼 검사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헌법상 영장청구권자가 여전히 검사인 만큼 개헌 없이는 '경찰 신청에 의한 검사의 청구'가 필연인 탓이다. 거기에 실무상 구속영장 청구는 공소제기를 전제하는 것으로 일단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주도권은 검찰에게 넘어가는 모양새다.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보완수사를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 불응하는 사법경찰관에겐 벌칙이 주어진다. 총장 또는 검찰청 검사장이 직무배제와 징계를 요구하면 관할 경찰관서장은 20일 이내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 보완수사 결과가 이전과 달라지는지와 관계없이 일단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시행령은 사법경찰관이 이행 결과를 검사에게 서면통보하고,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만 불송치하게 했다. 올해부터 불기소는 불송치로 분류돼 송치 사건은 대부분 '기소 의견'을 담는다. 수사 결과를 입증해야 하는 사법경찰관은 기소를 위해 웬만하면 검사에게 협조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재수사에선 주도권이 역전된다. 불송치를 결정하는 사법경찰관은 '불송치 결정서'를 검사에게 송부한다. 검사는 결정서를 검토한 후 형소법 제245의8 제2항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 또는 부당한 때" 사법경찰관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위법과 부당의 이유는 문서에 명시돼야 해 소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검사가 불송치 결정서를 받으면 재수사 요청 여부는 90일 이내 판단해야만 한다. 만일 90일이 지나면 시행령 제63조에 따라 "명백히 새로운 증거 또는 사실이 발견된 경우"와 "증거 등의 허위, 위조 또는 변조를 인정할 만한 상당한 정황"에서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확정판결이 있음에도 법원에 재판단을 요청하는 재심 청구 요건(유죄 증명에 쓰이지 않은 새로운 증거)과 구속영장 발부요건(증거인멸 염려) 수준의 입증이 필요해 검사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재수사 요청을 받은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검찰에 송치하면 된다. 이번에도 불송치 결정이라면 검사에겐 '재수사 결과서'만 보내면 끝이다. 시행령 제64조 2항은 "(검사는) 재수사 결과를 통보한 사건에 대해서 다시 재수사를 요청을 하거나 송치 요구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검사와 사법경찰관 사이 힘의 역전이다. 

재수사 요청 단계에서 검사가 아예 힘을 쓰지 못하는 건 아니다.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이 나서면 수사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불송치 결정서를 보낸 날을 기준으로 7일 이내 사건관계인에게 '불송치 이유'를 통보해야 한다. 가령 고소인이 해당 이유를 수긍할 수 없다면 사법경찰관 소속 관서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넘겨야 한다. 재수사 결과에 만족 못 한 사건관계인이 이의를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불송치 원칙에도 강제송치 예외가 마련된 것이다. 

보완수사 요구는 검찰에게 재수사 요청은 경찰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각 단계에 경찰과 검찰이 각각 '정당한 이유 없음'과 '위법하고 부당함'을 증명해야 하는 데서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검찰과 경찰은 수사지휘 관계였지만 개정 형소법 제195조 제1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협력은 예고된 충돌의 미명일 뿐인가. 오는 25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그 답변이 필요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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