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김학의 出禁 아이디어는 이용구→김용민→이규원
[WIKI 인사이드] 김학의 出禁 아이디어는 이용구→김용민→이규원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1-12 16:33:08
  • 최종수정 2021.01.1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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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檢 검사가 '김학의 조사팀' 검사에게 A4 한 장 '고려사항'을 보낸 전말
왼쪽부터 이용구 법무차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규원 검사.
왼쪽부터 이용구 법무차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규원 검사(현 공정거래위원회 파견).

"저희 팀은 다시 협의하였고 적법절차 등 감안, 의견 없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2019년 3월 20일 오후 5시경, 대검찰청 산하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대검 기획조정부 검찰연구관 이응철 검사에게 보낸 쪽지다. 당시 이규원 검사는 조사단 8팀에서 검사 몫 내부위원 자격으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범죄 사건'을 조사 중이었다. 이규원 검사가 "다시 협의하였다"는 건 그가 전날 기조부 기획검사 이응철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팀 내 회의에서 출국금지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한 것을 없던 일로 해달라는 뜻이었다. 이응철 검사는 이규원 검사에게 "서면으로 보내 달라"고 답했던 터였다. 

◇ 2019년 3월 20일, 그날엔 무슨 일이
조사단 8팀에서 사실상 김 전 차관 사건 '주임검사'이던 이규원 검사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는 뭘까. 이 검사는 이날 점심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이 사건 주무위원인 김용민 당시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로부터 '출금(출국금지) 필요성'을 전달받았다.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차관)이 "조사단에서 위원회에 출금을 요청하면 위원회가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검토하는 게 어떻겠냐"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과 협의한 이 검사는 즉각 8팀 내부회의를 거쳤다. 구체적 안건은 조사단이 출금 필요성을 표시하는 공문을 작성하는데 '대검 명의' 공문이 좋을지 '조사단 명의' 공문이 좋을지였다. 논의가 마무리에 접어들 무렵 김 의원은 재차 법무부 전갈을 전해왔다. 법무부 관계자가 "대검을 통해 공문을 보내는 방법은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규원 검사는 김 의원과 협의 끝에 발신인은 조사단, 수신인은 법무부 정책기획단(정기단)으로 하기로 잠정 결론 냈다. 이 차관은 이날 오후 2시 31분, 김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로 정기단 팩스 번호 '02-2110-XXXX'를 보냈다. 

오후 3시, 변수가 생겼다. 이응철 검사가 내부메신저로 A4 한 장 분량의 형식 없는 문서 '고려사항'을 보내왔다. 여기엔 "현 상태는 1. 김학의 사건 관련해서 무혐의 처분이 있는 상태 2. 조사단 진상조사 결과는 위원회에도 보고되지 않은 상태(위원회 심의 결과나 권고도 없음) 3. 장자연 사건처럼 일부 내용에 대한 수사권고도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규원 검사와 김 의원은 이같은 내용은 검찰연구관 개인 입장이 아닌 대검 입장이라고 받아들였다. 과거사위 외부위원인 만큼 이규원 검사보다 행동거지가 자유롭던 김 의원은 "대검이 진상조사단 조사활동 불개입 원칙을 깼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2시간 뒤 이규원 검사가 이응철 검사에게 "의견 없는 것으로 정리되었다"고 보내는 것으로 '대검-조사단-과거사위-법무부' 4각 불협화음을 우선 정리했다. 

이규원 검사가 급작스럽게 자세를 한껏 낮춘 이유엔 '출금 논의 주체에서 검찰을 빼라'는 법무부 관계자의 관여가 있었다. 조사단이 단순 대검 산하라는 이유만으로 대검 명의로 출금 필요성을 거론하면,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았는데 피의자를 입건한 모양새가 된다. 출금 대상은 주요 참고인이 아닌 이상 피의자로 한정되는데 당시 김 전 차관은 피내사자조차 아니었다. 향후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다 하더라도 김 전 차관이 문제 삼으면 '수사권 남용에 의한 공소기각' 소지가 다분한 상태였다. 이 검사도 이 부분을 수긍했는지 "의견 없는 것으로 정리되었다"고 대검 기조부에 백기를 든 것이다. 

현재로선 이 법무부 관계자가 이 차관 쪽일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에서 '과거사위는 이용구 전담'이 내부 원칙이던 까닭이다. 이 차관은 당시 비직제기구인 정기단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았다. 당시 정기단 단장은 구자현 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다. 그는 문찬석 당시 대검 기조부장과 이 차관 사이에서 조사단 위원 선임부터 인력 수급을 논의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대검 추천 명단에 없던 이 검사가 조사단 내부위원에 들어간 것도 이 채널을 통한 것이었다. 

당시 구 단장 밑에는 검사 두 명이 배치됐는데 과거사위 실무를 도맡은 현 법무부 법무과장으로 있는 정지영 검사다. 형사법제과장으로 있으면서 이번에 이례적으로 김태훈 검찰과장 대신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신상팀장으로 발령받은 이응철 검사와 사법연수원 33기 동기다. 정 검사가 이 검사로부터 대검 내부 여론을 확인했고, 구 단장을 거쳐 이 실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지난해 8월 광주지검장을 끝으로 퇴임한 문찬석 전 검사장은 2019년 4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2019년 3월) 20일 이규원 검사가 법무부 얘기도 하길래, (기조부) 연구관은 법무부에 사실관계 확인해볼 것 아니냐"고 한 바 있다. 이규원 검사가 출금 필요성을 말하면서 법무부와 사전조율됐음을 시사하자 이응철 검사가 법무부에 직접 확인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실장이 본인 제안을 번복하기 전 정기단 차원의 보고가 있었는지 기자 물음에 구 차장과 정 과장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김 전 차관 출금 조치는 법무부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된 사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2019년 4월 8일 '고려사항'이 언론에 보도되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회견 종료 후 따로 질문하는 기자에게 김 의원은 "이용구 실장이 과거사위 간사위원 자격으로 아이디어 차원에서 출국금지를 얘기한 것"이라 설명했었다. 종합하면 법무부 차원에서 출금이 정해진 것인지 이응철 검사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안은 법무부가 아닌 이 차관 개인 차원의 아이디어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규원 검사가 출금 제안을 철회한 건 법무부에 파견된 검사들을 통해 뒤늦게 내부통제가 작용한 셈이다. 문 전 검사장은 "공적기관은 모든 걸 '오피셜'하게 한다. 예를 들어 지방 (검찰)청에서 사건 관련 출국금지를 하면 공문해서 대검에 보내고 다시 공문으로 법무부에 보낸다. 구두로 하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 대검·법무부도 브레이크 걸었지만... 
다만 이런 위법성 논란에도 이규원 검사는 출금을 포기하지 않았다. 8팀은 회의를 열어 닷새 뒤인 3월 25일 회의 때 '수사권고'를 의견으로 보고하기로 했다. 과거사위에 제출하는 보고서에 출금도 언급하기로 했다. 때문에 이 검사는 출금 서류도 대략 작성해놨다. 조사단은 사건이 급박하게 흘러간다고 보고 다음 날 보고하는 것으로 일정 변경을 검토했다. 그러다 "최초 수사권고의 상징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자"란 의견이 나왔고, 애초 계획대로 25일에 보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요일인 22일 밤 10시 52분,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이 태국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이 검사는 이응철 검사가 '무혐의 처분이 있는 상태'라고 지적한 사건번호 '서울중앙지검 2013 형제 65889'를 '긴급출금요청서'에 마저 채워 넣었다. 날을 넘긴 23일 새벽 0시 8분,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출금요청서를 접수했다. 2분 뒤 출입국 관계자가 김 전 차관 출국을 제지했다. 항공기 이륙 10분 전이었다. 새벽 3시 8분, '긴급출금 승인요청서'가 법무부에 제출됐다. 이번엔 '서울동부지검 2019 내사 1호'가 적혔다. 조사단 사무실이 동부지검에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를 파견받은 곳은 어디까지나 대검이었다.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에 주력하겠다며 다른 검사와는 달리 '대검 파견'을 자청한 그로선 모순적인 행동이었다. 다른 검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 조사단 사무실에 들르는 '대검 출정'을 택했었다.  

◇ 청와대도 수사선상?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제성)는 김 전 차관 기소 전 긴급출국금지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수사 대상엔 이 차관이 무리하면서까지 출금을 제안한 배경에 청와대가 있는지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차관이 김 의원에게 출금 필요성을 말하기 이틀 전인 2019년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조직의 명문을 걸라"며 과거사위가 권고도 않은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지시했다.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던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조사단에 이규원 검사를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은 만큼 '이광철→이용구→김용민→이규원' 사전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차관이 김 의원에게 제안하기 전날인 3월 19일 이규원 검사가 대검 기조부에 출금 필요성을 말했다는 점에서 '이광철-이규원' 가능성도 확인이 필요하다. 이때 이규원 검사는 이응철 검사에게 '법무부'를 인용했다. 이 차관이 출금 필요성을 처음 말한 날짜는 20일이 아닌 19일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이 비서관과 이 검사는 연수원 36기 동기인 데다 절친한 사이다. 이 비서관은 출금 필요성을 민정에서 언급한 바 있느냐는 물음에 아무런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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