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학의 사건' 이규원에 뺏긴 검사는 별도 보고서 남겼다
[단독] '김학의 사건' 이규원에 뺏긴 검사는 별도 보고서 남겼다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1.15 11:43
  • 수정 2021.01.15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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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5팀→8팀 사건 재배당
사건 이관에도 5팀은 보고서 남겨
5팀 관계자 "8팀은 언론에 다 흘려"
2018년 12월 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김학의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12월 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김학의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11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사건'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5팀에서 새로 만든 8팀으로 재배당했다. 8팀 핵심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가 추천하지 않아 청와대 민정에서 꽂았다는 의혹을 받으며 이 사건을 자원한 이규원(사법연수원 36기) 검사였다. 당시 5팀 내부위원으로 이 사건 최초 재조사를 담당했던 김미선(41기) 검사는 사무실을 찾아와 수사기록을 달라는 이 검사에게 "못 준다"고 항의했는데 이때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수사기록을 보관하는 캐비닛을 막아서면서까지 사건을 지키려 했던 김 검사는 결국 하루 만에 사건을 통째로 넘겨줘야 했다. 그는 김학의 사건 여성 피해자를 직접 조사했던 인물이다. 

김 검사는 당시 여성단체 항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넘기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김 검사는 피해 여성을 직접 조사했는데 이때 변호사가 동석했다. 김 검사는 수사기록을 근거로 사실관계를 물었는데, 피해 여성은 조사가 끝난 뒤 담당 변호사에게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문제는 조사 진행 중에 담당 변호사가 김 검사에게는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 조사 내용이 '한국여성의전화'에 흘러 들어갔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재배당 요구가 있었다.

5팀은 오히려 사건을 넘겨받은 8팀을 불신했다. 5팀은 최초 수사 당시 '성 접대를 뇌물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의혹'에 집중했다. 2013년 최초 수사 당시 뇌물죄 공소시효는 충분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2018년에는 공소시효는 만료됐다는 게 5팀이 내린 잠정 결론이었다. 때문에 적용 가능한 혐의는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그러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였다. 그런데 8팀은 지금 와서도 뇌물 혐의 공소시효가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성 접대는 별도 금액 산정이 불가능해 공소시효를 해결하려면 일반 형법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야만 했다.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 금품을 줬다는 별도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 검사가 재수사 단계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윤씨 면담조사 발언을 보고서에 남긴 이유다. 이 사건 과거사위 주무위원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해당 윤씨 발언을 핵심 증거로 보고 과거사위에서 목소리가 컸던 이용구 법무실장(현 법무차관)과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직무대리)를 설득했다. 이같은 조사 방식을 5팀은 법률가 양심상 동의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 과거사위 권고 끝에 2019년 3월 말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 지시로 발족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했지만 성 접대 혐의는 법원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두 재판부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5팀은 또 8팀 위원들이 지나치게 '언론 플레이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 5팀 관계자는 "조사 내용을 언론에 다 흘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컸다. 부정확한 내용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반면 5팀은 차분하게 기록 검토와 사건관계인 조사에 주력했다. 최초 경찰 수사팀 관계자들이 조사단에 출석하지 않자 5팀은 전화조사로 "왜 뇌물죄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느냐" 물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실속있게 조사하는 5팀을 과거사위원들은 "가장 조용한 팀"으로 여겼었다. 

김 검사는 5팀이 사실상 공중분해 되자 부당함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별도 보고서를 남겼다. 최초 검경 수사 당시 수사미진에 초점을 둔 몇십 쪽 분량이었다. 이 보고서를 제출받은 과거사위원 몇몇은 "이제까지 받아본 보고서 중에 제일 정리가 잘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고서는 2013년 최초 수사에 나선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성 접대를 뇌물로 보고 관련 조사에 나섰음에도 검찰 송치 때는 해당 부분이 빠진 것을 문제 삼았다. 적용 죄목은 직권남용·직무유기죄였다. 해당 혐의 공소시효는 모두 남아있다는 결론이었다. 당시 여론은 '부실수사' 주체를 검찰을 지목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5팀은 경찰 역시 잘못이 있다고 못 박은 것이다. 다만 5팀 관계자는 "여성들이 자기들은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성 접대라고 수사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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