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형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성분: 피나스테리드)’ 복용자 가운데 우울증을 호소한 사례가 200건 이상 보고됐다는 외신 기사가 보도됐다. 이 기사를 접한 탈모 환자들의 걱정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필자 또한 환자 및 의료진으로부터 문의를 받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의학적, 전문가적 의견을 전달 드리고자 한다.
외신 기사에서 언급된 보고는 1998년 미국 출시 후 전세계에서 약 10년간 프로페시아를 복용 후 발생한 우울증과 관련된 자발적 보고의 누적된 수치이며, 실제 임상적인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의 발표는 아니다. 또한 신체에 나타나는 약의 이상 반응은 단순히 특정 약의 복용 여부만으로 단정 짓는 것은 어렵기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불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탈모는 질환 자체가 환자에게 심리적 위축 및 우울감을 줄 수 있고, 탈모 치료를 한 후 자존감과 우울감이 회복되었다고 기뻐하시는 환자분들도 종종 경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울증 등의 환자의 심리 상태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질환 혹은 탈모약 외 다른 약물 동시 복용 여부, 그리고 심한 신체 정신적 스트레스 등 개개인마다 처한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과 같은 이상 반응은 의학적 요인 외에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현재까지 발생한 우울증 관련 사례는 이러한 상황들을 분석한 것이 아닌, 단순히 약의 복용 중 발생한 사례 혹은 자발적으로 보고한 사례에 대한 것으로, 명확한 인과 관계를 알 수가 없다.
현재까지 자살 충동 및 우울증 등 이상 반응과 약의 복용과의 명확한 인과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는 발표 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말에 피나스테리드 복용과 우울증·자살 위험의 연관성에 대한 논문이 보도된 바 있었지만, 이 역시 환자들의 기존 정신질환 유무, 개개인의 성향, 가정이나 직업 환경 등 다른 변수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약 복용 중 발생한 증상에 대한 단순 비교를 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한계가 있다.
남성형 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 1mg은 제2형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을 차단하여 남성형 탈모를 유발하는 DHT(dihydrotestosterone)의 생성을 방해함으로써 탈모 증상을 예방 및 완화하는 기전의 치료제다. 현재 아시아, 일본, 유럽 남성형 탈모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남성형 탈모 치료에 1차적으로 권장되는 경구용 탈모 치료제이며, 국내에서는 오리지널 약인 프로페시아가 2000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탈모 환자에 처방 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미 20년 넘게 수많은 탈모 환자 치료에 사용됐지만 그간 정신 관련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며 의학적으로 받아 들이기에는 통계적 의미가 빈약하다. 또한 피나스테리드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 약에 의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대부분이 가역적 증상이므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 될 수 있다.
남성형 탈모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료와 적절한 처방에 의해서 치료될 수 있으며, 치료에 대한 부작용 역시 의료진의 모니터링과 면담을 통하여 확인 및 관리 될 수 있다.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혹은 주변의 검증 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오해 등으로 탈모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탈모 및 정신 건강의 관리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약의 부작용이 걱정 될수록 전문의약품의 불법적인 해외 직구 등은 삼가하고, 전문의의 처방과 관리 하에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탈모라고 생각이 될 때는 가까운 병, 의원을 방문하여 꼭 의사 선생님의 진단과 그에 따른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 드린다.
laputa813@wikileaks-kr.org